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요즘 아침 조회 때마다 운동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10년 전만 해도 북적이던 운동장이 이제는 한산하다. 서울 수도권 내의 학교가 폐교하는 상황도 속출한다. 이런 상황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초등학교 신입생 수는 약 37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무려 30% 이상 줄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닌, 교육의 방향과 구조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신호다.
이제 교육은 단순히 ‘몇 명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앞으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효율적으로 교육시키는 체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주입식 교육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오히려 학생 수가 줄어든 지금은 한 명 한 명의 특성과 잠재력을 살리는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할 좋은 기회다.
예컨대 핀란드는 20여 년 전부터 출산율 감소에 대응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현상의 내적 반전을 이룰 수 있는 교육 대전환의 골든타임이다. 학생 수 감소는 교실에서의 여유를 만들어줄 수 있고, 이는 교사들이 개별 학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창의적 수업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비판적 사고, 감정 조절, 협업 능력 같은 ‘미래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할 기회다.
저출산 사회는 교육의 대상도 바꾸고 있다. 과거 ‘학교 교육 = 아동·청소년’이라는 공식이 당연했다. 지금은 다르다. 고령화가 심화하며 중장년과 노년층의 교육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 예컨대 서울의 한 구는 최근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문해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수강 신청이 시작과 동시에 마감됐다. 노년층에게도 교육은 단지 여가가 아니라, 사회 참여와 연결되고, 때로는 새로운 일자리와도 직결된다. 이제 교육은 생애 전 주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의 역할도 평생 교육의 개념, 지역과 협력하는 대학으로 기능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의 역할도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학교는 아이들이 수업을 듣는 공간이 아니다. 돌봄, 상담, 건강관리, 문화 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는 지역 커뮤니티의 허브로 바뀌어야 한다. 일본의 몇몇 지자체에서는 이미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지역민 전체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학교를 ‘모든 세대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상상할 때다. 현재 시행하고 있듯이 지역 내 스포츠센터 내지는 지역 주차장 등에서 한 걸음 나아가야 할 상황이다.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온몸으로 타고 있다. 이를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흐름을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교육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지금의 위기는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앞으로 누가 학교에 오게 될까?”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이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함께 사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이윤진 건국대 건강고령사회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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