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D램 매출 비중 80%…영업이익률 개선 기여

HBM 수요 둔화 우려에도 장기적 성장세 지속 자신

美 관세 정책에 하반기 수요 변동성 커져 예의주시

“HBM 판매 계획 변동 없어…AI 서버 영향 적어”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김민지 기자]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작년 4분기에 이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6조6000억원)을 또 다시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1분기 범용 메모리 제품 대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을 늘린 것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작년 4분기 대비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은 41%에서 42%로 오히려 개선되며 한층 강화된 수익성을 과시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포함한 고수익 D램의 매출 비중이 전분기 74%에서 1분기 80%로 커지면서 전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2분기엔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의 매출이 HBM3E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HBM을 포함한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응해 HBM의 빠른 세대교체를 주도하며 업계 선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3월 6세대 HBM4 12단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공급을 노리고 있다. 기존 HBM3E보다 진화한 고부가가치 제품인 만큼 향후 실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BM 서프라이즈’ 계속된다

24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1분기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 작년 3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이어갔다.

메모리 업계의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SK하이닉스가 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1분기 최대 영업이익은 2018년에 기록한 4조3673억원이었다. 이는 삼성전자 가전과 반도체, 모바일 등 전사 영업이익을 약 8000억원 웃도는 수치다.

작년에 이어 여전히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HBM이 단연 실적 효자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물량은 이미 완판된 가운데 2026년 물량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고객과의 협의를 끝낸다는 계획이어서 ‘HBM 서프라이즈’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고객과 1년 전 공급 물량을 합의하는 특성상 올해 HBM 수요는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2분기엔 기존 계획대로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이 12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세대 HBM4는 올해 하반기 안으로 양산 준비를 마무리하고 고객사가 요구할 때 적기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HBM 수요둔화 우려에는 선긋기

HBM 수요 둔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SK하이닉스는 많은 국가들이 AI 기술주권 확보를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HBM 수요의 장기적 증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HBM 수요는 연평균 약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내년 주력 제품이 될 HBM4가 기존 제품 대비 대역폭 개선 효과가 큰 만큼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사업의 경우 여전히 신중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대응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김 CFO는 “낸드의 현물가격 상승과 고객의 재고 감소 등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지만 대외 불확실성도 커져 시황 개선이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올 들어 생성형 AI 추론 서비스 등 고품질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HBM뿐만 아니라 고성능 eSSD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 담당은 “지난해 AI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고용량·고성능 eSDD 수요가 증가했다”며 “지난해 61TB(테라바이트)에서 올해 122TB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고용량 eSSD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약속 HBM 계획 변동 無”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대중(對中) 수출 규제에 따른 HBM 수요 감소를 올해 반도체 시장의 핵심 변수로 꼽으며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CFO는 “올해 하반기로 가며 메모리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하반기 수요 전망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 비중이 낮은 만큼 관세부과에 따른 영향은 작다고 강조했다.

김 CFO는 “(SK하이닉스의) 미국 고객향 매출 비중은 약 60%로 높다”면서도 “메모리 제품의 선적은 미국 외 지역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미 약속된 HBM 공급 계획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도 재차 밝혔다.

김규현 담당은 “글로벌 고객들은 당사와 협의 중인 메모리 수요를 변함 없이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 고객에 대한 HBM 판매 계획은 기존 체결한 계약에서 변동없다”고 말했다.

미국발 관세부과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전 미리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른바 ‘풀인(Pull-in) 수요’도 있었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규현 담당은 “1분기 풀인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풀인 수요의 규모가 재고 조정을 크게 야기할 만큼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급업체 역시 투자 불확실성을 반영해 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팬데믹 때와 같은 급격한 조정이 하반기에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AI 서버는 상대적으로 관세로 인한 수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고객과의 협력 바탕으로 영향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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