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보문사 신중도. [대한불교조계종]
예천 보문사 신중도. [대한불교조계종]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은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예천 보문사 신중도 환수 고불식(告佛式)’을 봉행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이뤄진 이날 고불식은 지난 1989년 도난됐던 ‘예천 보문사 신중도’의 환지본처를 부처님께 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보문사 신중도는 경내 극락보전에 봉안돼 있던 중 1989년 6월 5일 다른 불화들과 함께 도난 당한 성보다. 당시 함께 도난된 아미타불회도와 삼장보살도는 2014년 국내에서 환수됐으나 신중도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23년 6월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미국 소재 한국문화유산에 대한 현황 조사 과정에서 시카고대학의 스마트미술관에 보문사 신중도가 소장돼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

이후 조계종은 총무원장스님 명의로 2023년 8월과 12월 스마트미술관에 신중도가 한국에서 도난된 성보임을 알리고 반환을 요청하는 서신을 두 차례 발송했고, 스마트미술관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19일(미국 현지시간) 조건 없는 반환에 대해 합의해 12월 말 환수를 완료했다.

보문사 신중도는 1767년 혜잠 스님이 그린 불화로, 좌우에 제석천과 위태천을 크게 그렸다. 현전하는 다른 신중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성으로 우수한 화풍과 구성의 희소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989년 함께 도난된 아미타불회도, 삼장보살도와 같은 해 같은 화승에 의해 그려진 불화다. 삼장보살도는 환수 이후 그 독창적인 가치를 인정 받아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지정됐으며, 신중도 역시 이에 준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날 고불식에 참석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미국 시카고의 스마트미술관은 신중도가 도난품임을 인지한 즉시 조건 없는 반환을 결정했다. 이는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윤리적 책임을 다한 숭고한 실천이었다”며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신중도는 본래의 청정 도량에 다시 모셔져 사부대중의 예경 속에 그 본래의 자리를 지켜가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아직도 귀환하지 못한 수많은 도난 성보들이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이는 우리 불교계와 문화계, 나아가 전 국민이 함께 관심을 갖고 풀어나가야 할 공동의 과제이자 시대적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오랜 시간 제자리를 떠나 있던 도난 불화 신중도를 안전하게 환수하고, 오늘 고불식에서 그 성과를 나눌 수 있어 진심으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역사적, 학술적, 회화사적으로도 뛰어난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인 만큼, 원래의 자리로 환지본처되는 신중도가 성보의 역할로 충분히 예경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유산청은 2014년 대한불교조계종 및 경찰청 등과 ‘불교문화유산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을 맺고, 도난 문화유산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원활한 환수를 위한 개선책과 제도를 다각도로 마련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도난 문화유산들이 다시 본래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고불식에서는 스마트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보문사 신중도를 최초 발견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실태조사부 이민선 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