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김동연 경선 첫 주 5%대

“두 자릿수 득표해야 미래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19일 오후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후보. [연합]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19일 오후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후보.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김경수·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순회경선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 중인 이재명 후보의 독주 속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뚜렷한 수를 찾지 못하면서다. 두 후보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 후보를 겨냥하는 ‘반명(반이재명)’ 전략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착한 2등’도 되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22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순회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89.56%를 기록 중이다. 첫 경선지였던 충청에선 88.15%, 영남권에선 90.81%의 표를 얻었다. 2위인 김동연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5.27%(충청 7.53%·영남 3.26%)이고, 3위인 김경수 후보는 5.17%(충청 4.31%·경남 5.93%)에 그쳤다. 이번주 호남권, 수도권·강원·제주 순으로 이어지는 순회경선에서도 이 후보의 독주가 계속된다면 결선투표 없이 당내 경선은 막을 내리게 된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이재명 추대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경수·김동연 후보가 지금처럼 낮은 득표율로 경선을 마무리하게 되면 이들의 다음 정치적 행보에도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따라붙는다. 당내에선 두 후보가 이번 대선 도전으로 얻을 수 있는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두 후보가 뻔한 결과가 나올 걸 알면서도 경선에 참여한 이유는 차기 대권을 노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대권뿐 아니라 이번 대선 직후 정치적 방향성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적어도 두 자릿수의 득표율은 확보해야 정치적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전보다 투표율이 높았던 충청과 영남 순회경선에서도 득표율이 저조했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선에서 이재명 대세론이 이어질 것으로 예견됐던 상황에서 두 후보가 구사할 수 있는 전략 자체가 마땅치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당권을 놓고 경쟁하는 전당대회와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 후보에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인식과, 마냥 착한 2등이 될 순 없다는 의지가 공존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에 대한 비판에 주력한다면 민주당에서의 정치적 미래가 없고, 착한 2등이 되려고 하면 기존에 자신을 따르던 지지층과 세력이 떠나는 상황”이라며 “애초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차별성 있는 정책 제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미 최종 후보가 되기는 어려워진만큼 정책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김동연 후보가 여성단체를 찾아 ‘비동의 강간죄’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그런 차원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크고 굵직한 정책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자나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약들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