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신상품 판매 예상치 대비 저조…시즌리스 아이템 확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봄철 간절기 의류 패션 판매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의류매장 쇼윈도에 여름옷이 전시돼 있다. [연합]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봄철 간절기 의류 패션 판매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의류매장 쇼윈도에 여름옷이 전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지난해 날씨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패션 업계가 봄철 신상품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이상기후로 고초를 겪고 있다. 주요 기업은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공급망을 조정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18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올해 봄 신상품 판매는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3~4월에도 눈과 비가 번갈아 내리며 오락가락했던 날씨 탓이다. 주말마다 이어진 궂은 날씨로 외출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도 저조한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브랜드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판매가가 낮은 영브랜드 수요가 비교적 높았다. MZ세대를 겨냥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는 온라인 구매 수요에 힘입어 매출 하락폭을 일부 방어하고 있다. 한 패션 기업 관계자는 “영브랜드는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하다 보니 기성복 브랜드에 비해 소비자 부담이 적은 편”이라며 “트렌디한 상품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봄옷 수요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는 패션 업계의 가장 큰 변수다. 지난해에도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단가가 높은 겨울철 상품 판매가 저조했다. 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시즌리스 아이템을 확대하거나, 봄 상품을 조기 정리하고 여름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해외 수입 브랜드는 물량 비중을 조절하며 단가와 트렌드 민감도를 고려한 공급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긴 여름’이라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 출시 시점과 시즌 물량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여름 의류는 통상 겨울 의류보다 단가는 낮지만, 구매 빈도와 품목 다양성이 높아 수익성 회복의 기회로 여겨진다. 휴가, 페스티벌 등 여름 외출 수요에 맞춰 의류 외 액세서리·신발·가방 등 연계 소비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빈폴이 선보인 올여름 대표 상품 ‘빈폴솔솔니트’ [삼성물산 제공]
빈폴이 선보인 올여름 대표 상품 ‘빈폴솔솔니트’ [삼성물산 제공]

패션기업 LF는 긴 여름을 대비해 기존 2월에서 1월 중순으로 SS(봄·여름) 시즌 상품 출시 시점을 앞당기고, 2월 말부터 반팔 아이템 등의 여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봄보다는 여름 스타일을 더 많이 반영하고, SS와 FW(가을·겨울) 시즌의 물량 비율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세분화하고 있다. 시즌리스 상품 확대를 비롯해 실시간으로 고객 반응을 분석해 물량을 추가 생산하는 ‘반응 생산 프로세스’도 확대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여름 상품 비중을 늘리거나 기능성과 실용성을 갖춘 여름 소재 활용을 확대 중이다. 특히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과 레이어링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빈폴은 상품 기획 방식을 세분화했다. 4계절 운영 방식에서 초봄·초가을과 한여름을 추가한 7계절로 상품을 기획한다.

한섬은 특정 계절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기온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니트’와 ‘셔켓’, ‘카디건’ 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시즌별 제품 출시 시기를 유연화하고, 초기 시장 반응에 따라 생산량을 결정하는 반응 생산 방식도 확대 적용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생산과 재고 물량을 조절하고, 고객 반응에 따른 소량 리오더(재발주)를 진행하고 있다. 또 온라인 전용 기획 상품 비중을 늘려 제품을 탄력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제품별, 판매량별, 라인별 등으로 소량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이상 고온현상으로 SS시즌 제품을 전년 대비 4주 정도 앞당겨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제품의 경우 날씨 영향이 커지면서 TF를 가동하는 수준으로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는 중”이라며 “시즌 개념이 점차 모호해지면서 활용도가 높은 레이어드 제품과 소량 발주 시스템 등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newd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