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이달 들어 6% 하락
한국 증시는 제한적 변동성 아래에서 선방중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8/news-p.v1.20250418.b273c05c851b440dad482f5696f14875_P1.jpg)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고율관세를 부과한 뒤 미국 증시가 연일 변덕을 부리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증시는 어려움 속에서도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달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은 6% 가량 크게 떨어졌다. 이에 비해 한국 코스피는 0.4% 하락에 그쳤다. 주요국 증시가 모두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에 휘말린 가운데 가장 잘 선방하고 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마치 연초 이후 미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 한국 증시가 웃돌았던 때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 미국 증시는 관세 공격이 현실화되자 하루만에 6%가량 빠지고 며칠 뒤 9% 이상 급등하는 등 하루하루 요동을 치고 있다. 이 때문에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이달 들어 33% 가량 급등했다.
한국 증시 역시 최근 하루 변동폭은 연초보단 크지만, 미국 증시와 비교하면 진폭이 작다. 코스피 변동성을 보여주는 VKOSPI는 오히려 이달 들어 3% 떨어졌다.
미국의 고율 상호관세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칼날이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무차별적으로 겨냥했단 점에서 상대적 위안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탄핵 정국 해소에 따른 조기 대선과 추경에 따른 내수 부양 기대감 등도 한국 증시를 버티게 하는 요인이다.
반면 미국 증시는 워낙 밸류에이션이 높게 형성돼 있던 탓에 작은 충격에도 크게 휘청거리게 된다. 나스닥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3배로, 연초 이후 20% 가량 크게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주요국 증시 가운데 단연 가장 높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응답비율과 축소했다는 응답비율 차이가 마이너스 36%포인트로, 2023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최근 2개월 사이 53%포인트 급락하면서 조사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기관 투자자들은 같은 조사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가장 크게 줄인 반면 유로존과 신흥시장 비중은 늘렸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은 8배 수준으로, 연초 이후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최근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향후 12개월 예상 영업이익 추정치가 1.4% 상향조정되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강한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 상향조정의 주요 동력이란 점은 경계해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증시 간 다른 움직임과 이에 따른 한국 시장의 상대적 매력 증가를 단언하기엔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간 달러 약세에도 부진하던 원화가 최근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증시도 힘을 받았지만 그 이상 독자적인 힘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체질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 이슈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금융시장은 기대를 빠르게 반영하지만 관세 협상이란 건 최소한 한 분기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미 증시 간 다른 움직임이) 일시적일지 추세적으로 자리 잡을지 단정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