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 레버리지가 발목 잡아…경기침체·고금리 속수무책

경영실패 답습 우려↑…차입매수 규제론 ‘솔솔’

[챗GPT를 사용해 제작]
[챗GPT를 사용해 제작]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전문투자사가 베팅한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고금리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으며 레버리지 비율을 극대화한 전략이 도리어 인수자 발목을 잡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와 맞물려 인수자가 대출을 과도하게 일으킬 경우 투자기업의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관련 규제 마련 현실화 여부가 주목될 전망이다.

17일 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 1~2월 기업회생 신청한 법인은 전년 동기대비 약 26.4% 증가한 196곳이다. 이 기간동안 필수소비재와 사치재 유통기업이 회생법원을 찾은 것이 특징적이다. 대형 유통사 홈플러스와 명품 플랫폼 발란은 올 초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앞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인해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티메프(티몬·위메프)는 각각 인수예정자를 찾아 인가전 인수·합병(M&A) 형태로 재기를 모색 중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사모펀드(PE) 운용사 및 벤처캐피탈(VC) 등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홈플러스는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2015년 경영권을 인수했고, 발란은 수차례 투자유치를 통해 SBI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자금조달했다. 글로벌 PE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은 티메프를 지배하는 큐텐그룹의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확보했던 바 있다.

이처럼 전문 투자사가 투자한 기업이 기업회생 수순 밟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등 선진 금융시장의 투자사 경영실패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기업가치 제고 이후 경영권 매각하며 투자금 회수했지만 경기침체 및 금리변동으로 인해 이마저도 어려워졌다”며 “기업 자산을 담보로 자금조달하는 차입매수(LBO)가 일반화되며 이자상환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PE가 보유한 기업의 파산신청 건수가 최근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5일 발표한 ‘사모펀드의 기업가치 제고 및 투자금 회수 전략, 신용도 영향’ 리포트에서 “지난해 (미국) PE, VC가 보유한 기업의 파산신청 건수는 11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높은 물가상승률, 금리 인상, 규제 부담 등이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신평은 PE의 기업인수 방식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2020년 이후 발생한 부도의 약 2/3가 PE가 보유한 LBO 딜에서 발생할 정도로 PE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부도율이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선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예컨대 베인캐피탈·KKR이 2005년 인수한 장난감체인점 토이러저스는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2017년 회생파산 신청한 뒤 이듬해 법인 청산했다. 당시 인수대금 66억달러 중 약 53억달러를 토이러저스의 유동성을 활용하거나 차입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조달했던 바 있다.

차입매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국내 정치권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추세다. 정무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MBK-홈플러스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가운데 LBO 규제 마련 채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국 또한 인식을 공유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정무위에 출석해 “LBO는 M&A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어 여러 사례와 외국 제도 등을 보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시장 관계자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프레임을 만들면 시선을 끌긴 할 것”이라면서도 “시장 위축 우려가 있어 논의가 무르익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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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t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