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는 간편하게 재화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거래방식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티메프 및 발란 사건이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입점사업자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피해 사례는 실제 전자상거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티메프 및 발란 사건의 발생 원인에 대한 규명과 함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티메프 및 발란 사건의 주된 원인은 소비자로부터 대금을 받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약정한 정산시기에 입점사업자에게 정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제대금예치제도(Escrow)는 전자상거래를 빙자한 소비자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2005년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하지만 다양한 적용 배제 및 예치된 결제대금에 대한 안전장치의 부재 등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이를 악용한 결제대금예치업자가 입점사업자에게 대금을 정산하지 않으면서 티메프 및 발란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

결제대금예치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주된 내용은 별도의 계좌를 통한 결제대금의 예치, 예치된 대금에 대한 압류 등 금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정산의무 등에 관한 규정 신설이다.

그러나 개정안의 내용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결제대금예치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해결방안이 아니다. 오히려 복수의 법에서 분산 규율됨에 따라 수범자 등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결제대금예치제도의 장점을 강화하면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수범자 및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높이는 것과 더불어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결제대금예치제도에 대해 복수의 법에서 분산해 규율하기보다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전자상거래법에서는 소비자의 주된 결제방식인 신용카드 결제 등에 대해 결제대금예치제도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으며, 이는 티메프 및 발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결제대금예치제도의 적용 배제 대상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 신용카드 결제 등을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셋째, 결제대금예치제도에 대한 법적 성질을 금전소비임치가 아닌 금전임치로 파악해 그 법률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별도의 금융계좌로 예치, 예치된 대금에 대한 유용, 담보설정 또는 압류금지 등이 전자금융거래법에 규정돼야 한다.

넷째, 이체비용 등을 고려하여 거래단위가 아닌 일정한 정산주기별 정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치된 결제대금에 대한 정산시기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내부적 통제시스템을 통한 결제대금의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 회계사 등이 포함된 결제대금감시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하고, 분기별로 그 결과를 공시해 예치된 결제대금의 관리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결제대금예치제도를 개선해 소비자 및 입점사업자의 신뢰성을 확보해 전자상거래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고형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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