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닥터9988 누적 이용 200만명

하루 8000보에 200포인트 지급

총 3조4393억보 ‘지구 6만 바퀴’

90%가 “가족·지인 추천하고 싶어”

지난해 6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손목닥터9988’ 애플리케이션 100만명 참여 기념 행사인 ‘무동력 트레드밀 걷기 챌린지’. 오세훈(앞줄 오른쪽 세 번째) 서울시장이 참가자들과 함께 걷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해 6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손목닥터9988’ 애플리케이션 100만명 참여 기념 행사인 ‘무동력 트레드밀 걷기 챌린지’. 오세훈(앞줄 오른쪽 세 번째) 서울시장이 참가자들과 함께 걷고 있다. [서울시 제공]
한 이용자가 휴대전화에서 ‘손목닥터9988’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블로그]
한 이용자가 휴대전화에서 ‘손목닥터9988’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블로그]

#1. 2년 반 동안 집안에만 틀어박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았던 40대 이모 씨.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상황까지 몰렸을 때 만난 것이 바로 ‘손목닥터9988’ 애플리케이션. 손목닥터9988을 시작한 뒤 이씨는 매일 10㎞가 넘게 한강 산책을 즐기고 있다. 그는 “손목닥터9988은 단순히 건강을 되찾아 준 것이 아니다”며 “다시 사람들의 눈을 보며 함께 웃고 이야기할 기회를 부여했고, 다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2. 50대 박모 씨는 손목닥터9988을 통해 쌓은 포인트로 의미있는 일을 했다. 박씨는 “하루에 10원, 100원 모으니 건강관리에 중독이 돼버렸고 비록 적은 액수지만 눈앞에서 포인트가 늘어가는 것을 보니 부자가 된 것 같았다”며 “쌓여가는 발걸음과 함께 쌓인 포인트로 아내의 생일 선물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밀리언셀러 정책 ‘손목닥터9988’ 참여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건강도 지키고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까지 지급해주자 누적 사용자 수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참여자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손목닥터9988은 서울시민 모두가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아보자’는 제안에서 시작된 서울형 헬스케어 프로그램으로 2021년 시작됐다.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이나 서울시에 있는 직장인과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 손목닥터9988 앱을 깔고 걸음을 걸으면 자동으로 걸음 수가 측정된다. 하루 8000보 이상을 걸으면 200포인트가 지급된다. 만 70세 이상은 5000보가 포인트 지급 기준이다. 이 포인트는 서울페이로 전환해 병원, 편의점 등 서울 시내 약 25만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손목닥터9988은 처음에는 신청자에 한해 스마트 밴드를 보급해 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다니는 형태였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스마트워치 보급을 중단하고 상시 모집으로 전환, 앱으로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다만 자신이 가진 스마트워치와 연동해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손목닥터9988 이용자 A씨는 “2022년 신청해 스마트 밴드를 받아 차고 다녔는데 가끔 까먹고 안 차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후 앱으로 바뀐 뒤에는 휴대전화를 놓고 다니는 경우는 없어 매일 걸음 수를 빠지지 않고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앱으로 전환 뒤 사용자는 크게 늘고 있다. 첫 사업연도인 2021년 5만명이 가입한 뒤 2022년에는 18만명, 2023년 21만명이 가입했는데 앱으로 가입이 전환된 지난해에는 무려 전년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118만명이 손목닥터9988에 신규로 가입했다.

지난달 말 기준 손목닥터9988 이용자는 203만82명으로 집계됐다. 참여자의 걸음 수를 합하면 총 3조4393억보에 해당한다. 이는 성인 보폭 기준(70㎝)으로 하면 약 24억㎞에 해당하며 이는 지구를 5만9973바퀴 돈 거리와 맞먹는다. 국내 최고 높이 빌딩 롯데월드타워(555m)의 약 43억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365일 8000보 이상을 걸어 매일 200포인트를 받은 참여자는 1186명으로 집계됐다. 또 참여자 중 가장 많은 포인트를 받은 사람은 총 43만2780포인트를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금으로 43만2780원(1포인트=1원)에 해당한다. 참여자들은 걸어서 모은 포인트를 주로 음식점, 편의점, 마트, 약국 등에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년 이상 꾸준히 손목닥터에 참여한 4085명의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2년간 참여자 주간 걸음 수는 9.4%(2022년 5만9814보→2024년 6만5441보) 증가했고, 하루 걸음 수도 4.7%(2022년 9332보→2024년 9774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년 동안 손목닥터9988을 이용 중인 주부 김모(45) 씨는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손목닥터9988 걸음 수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만약 8000보를 채우지 못하면 다시 밖에 나가 산책을 하면서 8000보를 채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표치가 생기니 동기 부여가 되고 자연스럽게 더 많이 걸으려고 노력하게 된다”며 “지난 3년간 걷는 것이 습관이 되면서 몸이 많이 좋아진 걸 느낀다”고 만족해했다.

실제 손목닥터9988을 이용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한 달간 1년 이상 참여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35.3%가 ‘매우만족’한다고 답했고 42.8%는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90.8%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사업 참여를 권유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참여로 건강생활 습관 개선에 도움을 받았다’는 답변도 82.6%로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는2030년까지 누적 이용자 33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목닥터9988을 보다 업그레이드해 시민 모두의 건강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다.

김태희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앞으로 손목닥터 9988을 걷기뿐 아니라 건강장수센터, 금연클리닉, 당류 저감 등을 아우르는 통합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