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美주식 26.7억달러 순매수

중학개미는 순매도세로 전환

관세전쟁 ‘트럼프 승리’에 베팅

美이탈, 글로벌투자 흐름과 역행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의 반격’보다 ‘트럼프의 승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관세 충격으로 미국 증시가 급락했음에도 향후 반등 가능성에 베팅하며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에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오히려 증가 했지만 중국과 홍콩 주식에 대한 매수세는 크게 위축됐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26억764만달러로, 전달 같은 기간(3월 3~17일)보다 1475만달러 늘었다.

관세를 두고 본격적으로 중국이 미국과 맞붙으면서 홍콩과 중국 주식의 매수세는 대폭 꺾였다. 같은 기간 홍콩 주식은 2758만달러 순매수에 그치며 3월(1억6829만달러) 대비 대폭 감소했다. 중국 주식은 ‘팔자’세가 이어지면서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순매도액은 1437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방침을 발표한 7일 이후 미국 주식 매수세는 더욱 강해졌다. 상호 관세 발표전인 1~4일까지 나흘간 순매수액은 3억4865만달러 수준에 머물렀지만 7일부터 10일까지 투자자들은 18억7765만달러를 사들였다.

국내 펀드 설정액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 펀드 설정액은 전날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북미 펀드 설정액은 30조 518억원으로 일주일 전(9일)보다 29조3606억원으로 늘며 2.3% 증가했다.

북미 펀드는 연초 이후 러시아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설정액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북미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4.45%로 중국 펀드(-1.43%)보다 못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중국 펀드 설정액은 지난 2월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 14일 이후 주춤한 흐름이다. 상호관세 발표 영향으로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펀드 설정액도 덩달아 감소했다.

이는 상호 관세 발표로 미국 증시가 출렁이자 이를 일시적 하락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중학개미(중국 증시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중국·홍콩 증시가 높은 수익률을 내자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무역 갈등이 확산되지 않고 양국이 협상 국면에 접어들면 다시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글로벌 투자자들과 반대의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최근 두 달간 미국 주식 보유 비중을 역대 최대 규모로 축소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글로벌 리서치팀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책임자들은 미국 주식에 대해 시장 평균보다 36% 낮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미국 주식 비중 축소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시행을 꼽았다.

투자 업계는 미중 무역 전쟁 격화에 따른 경기 침체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갈등 격화 분위기는 그래도 상호 관세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주식시장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라며 “미중 갈등 격화가 양국 경제에 치명타를 주는 것은 물론 글로벌 교역과 경기 사이클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심각한 공급망 차질로 인해 미국 경제가 또 다른 물가 리스크에 직면할 위험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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