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완규·함상훈 지명 효력 정지

18일 문형배·이미선 퇴임…7인 체제로

야당 주도 ‘임기연장법’ 발의

“법 개정보다 지키려는 의지가 중요” 지적도

헌법재판소. [임세준 기자]
헌법재판소.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헌법재판소가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오는 1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퇴임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헌재는 ‘7인 체제’가 불가피하다.

헌재,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임명 제동

헌법재판소는 지난 16일 김정환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기한은 김 변호사가 낸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 위헌 확인’ 헌법소원의 선고 시점까지다.

헌재는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지명·임명 권한이 있는지 단정할 수 없어 일단 지명 효력을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정문에 “만약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게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이 없다면 신청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되어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된다”고 했다.

가처분을 기각해 2명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그대로 임명되고, 향후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지명 권한이 없다고 결론 날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가처분이 기각되었다가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인용될 경우 이 사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법재판소 결정 등 효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헌법재판의 규범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헌법재판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한 대행은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뒤에 이어질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가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등을 거쳐 30일이 지나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

예상된 혼란…탄핵 정국에 난맥상

마은혁 헌법재판관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
마은혁 헌법재판관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

헌법재판관 공석으로 인한 혼란은 지난해 10월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이 지난해 10월 17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했지만, 국회가 후임 인선을 진행하지 않았다. 국회 몫 3인 헌법재판관 지명 방식을 두고 여야가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헌재는 이종석·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 퇴임에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청구한 가처분 신청에서 ‘6인 체제에서 심리는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 마비 상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후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 등이 이어지면서 ‘6인 체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대통령 파면을 위해서는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인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계선·마은혁(더불어민주당), 조한창(국민의힘) 후보자를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진행했지만 한 권한대행은 임명을 거부했다.

결국 야당 주도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다. 12·3 비상계엄에 가담하고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막았다는 이유였다. 한 권한대행 탄핵 심판 기간 동안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야 합의’를 이유로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부총리를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고, 헌재는 지난 2월 ‘선택적 임명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결론 내렸다. 헌재는 한 권한대행 탄핵 심판에서도 헌법재판관 미임명은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논란은 대통령 지명 몫으로 자리에 오른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 인선을 두고 벌어졌다. 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후임 헌법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을 경우 기존 재판관 임기를 ‘자동 연장’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헌법재판소법의 규정을 ‘원칙대로’ 지키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학선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임기연장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정치권이다. 법이 통과 돼도 후임 임명을 두고 갈등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취지와 다르게 ‘연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헌법재판소법에도 공석을 방지하고자 하는 법 규정이 있지만 지키지 않아서 문제”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조 3항에 따르면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70세)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정년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