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6/news-p.v1.20250416.9a2f420c5beb4ec2afb4f860c2a78ce3_P1.png)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서울회생법원이 기업 회생·파산 절차와 구분되는 일종의 예방적 구조조정인 프리ARS(Pre-ARS) 제도를 오는 5월부터 시범 도입한다. 정준영 서울회생법원장이 직접 ‘조정담당판사’를 맡아 위기 기업과 채권자의 비공개 협의를 통해 기업 살리기에 나선다. 워크아웃과 ARS 회생절차를 결합한 한국형 하이브리드 구조조정도 시도한다.
16일 서울회생법원은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모델인 프리ARS 및 하이브리드 구조조정 제도 시행에 앞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서울회생법원은 2018년부터 ‘자율적 구조조정’ 제도인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회생 절차는 기업의 회생 신청→법원의 회생 개시 결정→회생계획안 제출→회생계획안 인가→변제 순서로 이뤄진다. ARS프로그램은 회생 신청과 회생 개시 결정 사이에 채무자 기업과 채권자들이 ‘협의’를 통해 변제 방안을 논의하는 절차다.
통상 회생 신청에서 개시 결정까지 일주일이 걸리지만 기업이 ARS프로그램을 신청할 경우 최대 3개월까지 개시일을 늦출 수 있다. ARS프로그램으로 협의에 성공할 경우 회생 신청을 취소하고 기업-채권자 간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
오는 5월부터 시범 시행할 프리ARS 제도는 ‘자율 구조조정’이라는 ARS 프로그램의 취지를 계승하되, 회생 절차를 전제로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프리ARS 제도를 통해 기업과 채권자 사이에 원활하게 채무 조정이 되면 회생·파산 등 절차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 기존 ARS프로그램은 ‘회생 절차 신청’을 전제로 한 제도였다.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업에게 낙인 효과를 가져오고 소비자,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심리로 기업과 채무자 간 협의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서울회생법원은 미국의 ‘구조조정 지원약정(RSA, Restructuring Support Agreement)’이나 일본의 민사조정 절차를 활용한 채무변제협정 조정, 특정채무조정 제도와 유사한 프리ARS 제도를 시도한다. 서울회생법원은 민사조정법의 조정 절차를 활용한다. 신청 요건을 완화해 채무자회생법상 ‘회생절차 개시원인’이 발생하기 이전 단계에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청서 접수시 조정재판부로 사건이 배당된다. 당분간 정준영 서울회생법원장이 전담한다. 향후 신청이 증가할 경우 전문성을 갖춘 별도 재판부로 확대 운영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비공개 절차’라는 점이다. 회생 절차에 따르는 낙인 효과 방지가 목표이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의 중재 하에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기밀성, 유연성 확보를 우선으로 한다. 채무조정 약정 합의 시 조정신청을 취하하고, 합의에 실패하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워크아웃이나 회생신청 또는 하이브리드 구조조정 신청으로 넘어간다.
아울러 서울회생법원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워크아웃(공동관리절차)과 ARS회생 절차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조정 신청’도 운영한다. 기존에는 워크아웃 신청 기업은 워크아웃만, 회생 절차 신청 기업은 회생 절차만 진행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워크아웃과 회생 절차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워크아웃 개시 예정인 기업이 회생 신청을 할 경우 기업이 ‘강제집행’ 위험 없이 워크아웃을 가능하도록 포괄적 금지명령 또는 포괄적 허가를 발령한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의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또는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회생 개시를 최대 3개월 동안 보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정 법원장은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협상’이다. 협상이 잘 돼야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회생 방법으로 기업을 살릴 수 있다”며 “프리ARS라는 예방적인 조정 절차를 통해 기업과 채권자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신모델을 통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거나 향후 예상되는 기업들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통합적·포괄적 기업 회생절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