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삼합·고추장불고기 별미

지란지교 막걸리 곁들이면 딱

18~19일엔 ‘참두릅여행축제’

용골산·양지천 등 더 아름다워

순창발효테마파크
순창발효테마파크
순창 양지천변의 4색 꽃길
순창 양지천변의 4색 꽃길
순창의 명물인 막걸리 지란지교를 빚는 친구들의술의 임숙주(왼쪽) 대표와 부인 김수산나 씨
순창의 명물인 막걸리 지란지교를 빚는 친구들의술의 임숙주(왼쪽) 대표와 부인 김수산나 씨
산 속에 있는 공공 리조트인 순창 쉴랜드
산 속에 있는 공공 리조트인 순창 쉴랜드
순창고추장불고기
순창고추장불고기
순창삼합
순창삼합
순창에서 발효된 장(醬)을 첨가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순창에서 발효된 장(醬)을 첨가한 초콜릿과 아이스크림

전북 순창이 최근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계기로 발효음식의 메카를 넘어 미식 여행·건강여행·토털 웰니스 관광지로 진화하고 있다. ‘깨끗하고 순박하여 번창한다’는 순창(淳昌)의 뜻처럼 이곳은 전국 ‘군’ 단위로는 드물게 인구도 늘었다.

K-푸드의 근간인 발효과학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데 탁월하다는 국제적인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근본 있는 한식 여행’을 가고 싶다면 순창이 적격이다. 국내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수십 개 항공사의 여객기에도 순창 고추장은 어김없이 탑재된다.

순창고추장불고기를 안주 삼아 ‘대한민국 명주대상’에서 최고상을 탄 막걸리 지란지교를 곁들인 뒤, 양지천 좌우를 장식한 4색 꽃길, 폭포 소리 사이로 봄꽃들이 아우성치는 강천산을 걸으면, 봄날 여행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양지천 옆 순창고추장불고기 전문점 해뜨는집에 가면 이원일 셰프가 조언해 준 미식 매뉴를 맛볼 수 있다. 이 셰프와 함께한 먹방 유튜버 쯔양도 폭풍흡입한 뒤 엄지를 세웠을 정도다. 순창 특화음식 개발에는 유현수 셰프가 지역 셰프와 함께 했다. K-푸드의 세계화를 가장 빨리 이룰 수 있는 곳이니 유명 셰프들이 흔쾌히 로컬과 ‘흑백요리 경연’에 버금가는 협업에 응하기도 했다. 국내 내로라하는 두 식품기업, 대상과 사조산업은 일찌감치 순창에 K-푸드 공장을 차렸다.

고추장 활용한 두바이 초콜릿도 ‘추천’

순창은 발효 푸드의 최적 조건 ‘아침 안개 77일’을 딱 맞추는 세계 몇 안 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이같은 기후 조건을 기반으로 순창은 사람에게 유익한 균 10만종, 미생물 3만종을 개발했다.

서울에서 온 ‘순창음식 탐방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강 저염식으로 등재된 두부를 만드는 창림동 두부마을에서 출발, 순창삼합 등 순창 특화 식품 체험, 순창발효테마파크 탐방, 지란지교 막걸리 양조 체험, 다슬기탕, 고추장불고기, 순창백반 한정식 집 등을 거쳤다.

순창삼합은 유 셰프와 함께 개발한 순창 특화 음식으로, 순창 된장·고추장·간장 등으로 양념한 돼지고기에 민물장어와 이미 유네스코에 등재(김장 문화)된 김치를 곁들였다. 청국장 수육, 간장 김치, 고추장 장어의 기가 막힌 하모니다. 돼지 오겹살에 순창 된장, 향신료 등을 넣어 1시간 동안 푹 삶은, 탱글탱글하고 야들야들한 수육만 먹어도 맛있는데, 표고버섯에 들기름을 넣어 볶다가 청국장을 넣은 소스까지 입히니 벌써 군침이 돈다. 잘 익은 김치를 순창 간장과 갖은 양념 재료를 넣어 푹 익힌 후 냉장고에 1주일 이상 숙성해 감칠맛을 극대화한 ‘간장 김치’가 추가된다. 특히 한약재와 토마토 고추장을 넣어 1주일 이상 숙성한 장어가 얹어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순창삼합을 내는 음식점 뜨란채·녹원·대궁 안에서는 독백의 감탄사 외에는 대화가 사라진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장 담그기는 이제 발효 아이스크림·커피·초콜릿 등으로 그 위세가 확장되고 있다. 순창 특화 음식에는 ▷고추장 두바이 초콜릿 ▷밤·고추장 트러플 초콜릿 ▷새콤달콤 블루베리 초콜릿 등이 포함돼 있다. 강천산 입구의 산솔, 희나리, 순창발효카페&로컬푸드, 베르자르당, 커피와고추장 등의 카페에 가면 주문할 수 있다.

전통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 지란지교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처럼 순창 음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니 양지천·섬진강의 시작인 장군목 유원지·강천산·체계산 출렁다리·용궐산 하늘길·메타세쿼이아길·석장승 등 순창 관광지가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순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도락 중 하나는 바로 막걸리 지란지교다. 지란지교를 빚는 양조장 친구들의술의 임숙주 대표는 서울에서 30년간 경찰로 재직하다 퇴직 후 부모님 집터로 귀농, 어머니가 술을 빚던 모습을 회상하며 예전 양조 도구로 누룩을 만들고 쌀·밀·물로 술을 빚어 데뷔 1년 만에 한국 술 정상에 올랐다.

비결은 ▷최적의 안개 일수와 시간이라는 천혜의 요인 ▷순창군 유등면 건곡리의 구전비법 누룩 ▷‘주방문(酒方文)’ 기록의 과학성과 현대적 응용 ▷임 대표 부부의 감각 등이 삼위일체를 이뤘기 때문이다.

멥쌀죽과 찹쌀 고두밥으로 두 번 빚고, 일체 첨가물 없이 오직 전통 누룩만으로 100일간 발효와 90일간 숙성을 끝낸 전통주가 지란지교다. 지란지교는 누룩을 만들 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자생 효모와 무화과 잎을 활용한다. 임 대표는 누룩에 무화과 효모를 접종시켜 지란지교만의 독특한 누룩을 만들어 냈다.

발효 과정에서 포도당이 감식초를 향해 가는, 어느 적당한 시점에 막걸리를 빚으니 자연스런 단맛이 나는데, 이를 캐치하는 감각이 탁월하다. 임 대표와 부인 김수산나 씨의 팀워크와 금슬은 지란지교(芝蘭之交), 그 자체인 듯하다. 한식은 물론 일식과도 찰떡궁합이라고 일식 셰프가 극찬하기도 한 술이다.

발효과학의 메카가 된 순창은 점점 K-푸드 전반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장류에서 떡볶이로 확장해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더니, 두부(창림동)와 피순대(복흥면·금과면·순창읍) 등도 전국 최고 반열에 올랐다. 이제는 한정식(음식점 산경)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음식계 에버랜드’ 순창발효테마파크

순창이 표방하는 푸드 슬로건은 ‘근본 있는 음식’이다. 사시사철 건강 음식 한상을 내어오는데, 당장 오는 18~19일 ‘순창 참두릅 여행 축제(양지천 일원)’가 절호의 기회다. 봄뿐만 아니라 가을에는 ‘순창장류축제’와 ‘순창 떡볶이 페스타’를도 열린다. 그 규모가 타지역 ‘치맥 축제’나 ‘워터밤 축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지역 전체가 들썩인다.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강소형잠재관광지로 선정한 순창발효테마파크는 순창 맛의 근원을 재미있게 둘러보는 ‘음식계 에버랜드’라 할 수 있다. 이 지역 고추장 장인을 아미산 자락에 있는 순창군 순창읍 백산리 일대에 모아 시너지를 키운 ‘전통 고추장 민속마을’이 있다.

읍내에서 강천산 가는 길목, 44만여㎡ 규모의 대지에 푸드사이언스관, 푸드LAB 상설전시관, 푸드미디어관, 미생물 게임기, 챔피언스포츠파크, 드론 축구 게임장, 아트 클라이밍·퀵점프장, 세계 다른 도시 배경 자전거·스키 타기, 어드벤처존, 권총 사격장, 옹기종기 놀이도서관·과학관, 미생물뮤지엄, 다년생 식물원 등을 다채롭게 갖추었다. 발효소스 토굴, 옹기 박물관, 로컬푸드 판매장 등도 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64호로, 순창장본가를 운영하는 강순옥 대표는 “천일염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햇빛에 말리기보다는 좀 더 위생적으로 첨단 설비에 의한 건조와 찜 과정을 거치는 등 작물과 양념의 특성과 기후의 변화까지 반영해 최고의 순도로 장류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강천힐링스파 등 웰니스 도시 ‘우뚝’

순창은 건강음식 가꾸기 뿐만 아니라 토털 건강의 메카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강천힐링스파는 1층에 스파, 풀장, 노천탕, 사우나실, 샤워장 등 치유 누리실이 있고, 2층에는 도반욕실, 족욕 카페, 편백 수면실, 어린이 놀이방, 스넥바 등을 갖췄다.

슈퍼-테라헤르츠를 방사하는 세라믹을 활용한 도반욕실은 60도 전후의 따뜻해진 도반 세라믹에 몸을 맡겨 전신을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시켜, 몸도 마음도 긴장을 푸는 온열 파동 치유를 선사한다. 족욕 카페에서는 손과 발에 전자 장비를 연결하고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게 한다. 이때 ‘내 몸에 이렇게 많은 노폐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 분비물이 뜬다. 분비물의 색을 보면 어느 신체 부위가 해독되는지 알 수 있다. 발 이외 신체의 해독, 이상 징후의 진단, 피로회복·혈액순환·면역증진 등 족욕 자체의 효능감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섬진강마실캠핑장과 가성비 높은 산 속 공공 리조트인 쉴랜드가 오픈했고, 오는 6월엔 썬웨이어드벤처클램핑의 야외 물놀이 시설도 손님을 맞는다.

월하미인이 반기는 체계산·출렁다리, 용이 산다는 용궐산 하늘길에 오르면 순창 산하의 장쾌함이, 강천산에서 소박하고 수줍은 봄 처녀와 가을 총각의 정서가 느껴진다.

순창에는 자연·문화관광 자원도 많은데, 국가 민속문화 유산인 순창군 순창읍 남계리·충신리 석장승은 특이한 외관을 자랑한다. 나무가 아닌 성인 남자 키만 한 돌에 마을 지킴이 장승을 조각했다. 건강 도시 순창 사람들은 번창을 기원하는 방법도 굳셌다.

순창=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