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총서 ‘글래스 인터포저’ 개발 처음 밝혀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 대체할 ‘반도체 게임체인저’
비용 부담 낮추고 열과 충격에 강해…신사업 육성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경영 현황과 올해 중점 추진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9/news-p.v1.20250319.bd55c173dba04764b13d6514a4bb22d3_P1.jpg)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기가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글래스(유리) 기판’에 이어 ‘글래스 인터포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19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AI), 서버 등 기존 고객들과 협력해 코어 중심의 글래스 기판과 글래스 인터포저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가 글래스 인터포저 개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할 글래스 인터포저를 개발해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신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장 사장은 정기 주총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삼성전기는 반도체 기판만 하고 인터포저는 안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며 글래스 인터포저 사업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반도체 기판과 칩 사이에서 원활한 연결을 돕는 인터포저는 현재 가격이 비싼 실리콘으로 만들어진다. 반면, 유리로 만든 글래스 인터포저는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열과 충격에 강해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장 사장은 “칩 사이즈가 커질수록 기판이 커지면서 실리콘 인터포저도 커져 비용이 많이 든다”며 “고객사 입장에서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그걸 대체하는 여러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그 중 하나를 글래스 인터포저로 생각하고 있고, 글래스 인터포저를 고려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에 현재 (글래스 인터포저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도 저희의 고객사 중 한 곳이고, 미국의 AI 서버 업체들과도 (공급을 위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글래스 인터포저 시장의 문이 본격 열리는 시점은 2027~2028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는 글래스 인터포저에 앞서 지난해 1월 글래스 기판 사업에 본격 나섰다. 올해 2분기부터 세종사업장의 파일럿 라인 운영에 돌입해 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양산 시점은 2027년 이후로 보고 있다.
글래스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얇고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플라스틱 기판은 표면이 고르지 못해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메모리 등 여러 반도체들과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하나의 기판 위에 얹어 패키징할 때 중간에 실리콘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단점을 상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패키징이 두꺼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글래스 기판을 사용하면 이를 해결해 더 많은 칩을 얹으면서도 패키징 두께는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글래스 인터포저와 더불어 글래스 기판은 차세대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장 사장은 “어떤 고객은 글래스 기판이 미래 방향이 될 것으로 보지만 또 다른 고객은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하는 글래스 인터포저가 미래 대세가 될 것으로 본다”며 “저희도 그에 맞춰 어떤 고객에 대해선 글래스 기판으로 샘플링하고, 다른 고객에겐 글래스 인터포저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장 사장은 올해 중점 추진 분야로 전장과 인공지능(AI)·서버를 꼽았다.
장 사장은 “2025년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전장용 시장의 성장 동력이며, AI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사(CSP)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삼성전기의 MLCC, 패키지 기판, 실리콘 캐패시터 등 제품들은 AI용으로 공급을 확대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미래 성장사업인 전장 및 AI·서버 제품은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주력 사업 부문별 고부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고객 다변화를 추진해 지속 성장 가능한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 대상 교육에서““‘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에 대해 장 사장은 “저도 사장으로서 항상 누가 뒤에 칼을 꽂는 듯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에 있기 때문에 시의적절한 말씀을 하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