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 사무소 말소…현지 사무소 ‘0곳’

다른 대형마트는 2~5곳 현지 사무소 운영 중

“소싱역량 성장” 해명…비용 절감 의혹 여전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의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조주연(오른쪽부터) 홈플러스 공동대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등 채택증인들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의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조주연(오른쪽부터) 홈플러스 공동대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등 채택증인들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홈플러스가 지난해 영국 사무소의 문을 닫으면서 현재 글로벌 직소싱(조달)을 위한 해외 사무소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사무소까지 없앴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9일 영국 기업등록소(Companies House)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홈플러스 소싱 사무소(Homplus Sourcing Limited)’를 말소 처리했다. 해당 사무소는 2019년 8월 개설됐다.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박대현 MBK 대표, 차영수 MBK 운영 파트너 등 MBK 인사들이 이사(Director)로 등재됐다. 사무소 말소 신청서에 서명한 인물은 김 부회장이었다.

앞서 홈플러스는 임일순 전 대표 시절이던 2019년 ‘월드클래스 홈플러스 원년’을 선포하며 영국에 글로벌 소싱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현지 사무소를 세웠다. 해외 직구로도 구하기 힘든 상품을 저렴하게 들여와 성장동력으로 삼고,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였다. 2020년에는 모바일 앱에 유럽 현지 소싱을 통해 확보한 식품·비식품 100여종을 선보이는 ‘유럽 전문관’을 선보이기도 했다.

홈플러스 영국 소싱 사무소 말소 확인서 [영국 기업등록소 자료]
홈플러스 영국 소싱 사무소 말소 확인서 [영국 기업등록소 자료]

하지만 영국 사무소를 폐소하면서 현재 홈플러스는 직소싱을 위한 해외 현지 사무소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대형마트들이 여전히 해외 직소싱 사무소를 통해 차별화된 전략 상품을 발굴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정이다. 경쟁사인 이마트는 미국·중국·일본·베트남·프랑스 등에 직소싱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직소싱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런던 글로벌 사무소는 당시 외국인 임원(닐 마피 당시 PBGS본부장) 주도 아래 유럽 상품 소싱을 목적으로 설립한 것”이라며 “현재는 자체 글로벌 소싱 역량 성장을 바탕으로 유럽을 비롯한 세계 유명 상품을 소싱할 수 있어 해당 사무소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비용 절감을 위해 직소싱 사무소까지 폐쇄한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려면 현지 직원을 3~4명 둬야 하고, 사무실도 빌려야 한다”며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을 아끼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직접 현지 업체에 접촉해 원가 조율을 하는 직소싱이 아니라 벤더사가 수입하는 상품을 가져오는 벤더 소싱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내린 판단일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가 2020년 모바일 앱에 선보였던 ‘유럽 전문관’ 이미지 [홈플러스 자료]
홈플러스가 2020년 모바일 앱에 선보였던 ‘유럽 전문관’ 이미지 [홈플러스 자료]

MBK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경영 개선을 위한 투자보다 알짜 점포를 매각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MBK 인수 후 문을 닫은 홈플러스 점포는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 매출 상위권 점포를 포함해 15곳이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감원 규모는 간접고용인력을 포함해 1만1386명에 달한다.

MBK는 경영 책임론뿐만 아니라 사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2월 28일)부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사회 의결 3월 3일)까지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짧아서다. 내부 논의와 법률 자문, 서류 준비 등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사전에 회생을 계획한 상태에서 단기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긴급 현안 질의에서 “보통 회생생 신청을 위해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짧게는 1~3개월 전부터 준비한다”며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과정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