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수에 또다시 1450원대로 오른 환율

미국 금리 인하 속도 더뎌져…환율 우려 高高

‘환율에 기름 붓기 싫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

2월 금리 인하 vs 동결…전문가 의견 엇갈려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금리 결정, 안개 속으로

환율이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까지 더뎌지면서 기정사실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던 2월 기준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모습 [로이터]
환율이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까지 더뎌지면서 기정사실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던 2월 기준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당시만 해도 2월 기준금리 인하는 기정사실로 관측됐지만, 환율 불확실성이 여전히 거세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까지 더뎌지면서 국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직접 나서 ‘환율에 기름을 붓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기준금리 결정의 향방을 더 점치기 어렵게 됐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 거래일보다 3.4원 오른 1451.2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4일(1462.9원) 이후 약 일주일 만에 다시 145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안정세를 찾기는커녕 다시 오르고 있는 셈이다. 야간거래종가(익일 새벽 2시 기준)도 1451.3원을 기록했고, 이날 개장가도 1452.5원으로 1450원대를 유지했다.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전방위 무역 갈등으로 퍼질 수 있단 우려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달러 선호가 심화했다. 여기에 관세가 촉발하는 인플레이션이 미국 금리 인하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단 예측까지 더해졌다.

원/달러 환율 추이
원/달러 환율 추이

실제로 미국 기준금리 눈높이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현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절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1회 이하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도이치뱅크는 지난 1월에 이어 이달에도 연내 금리 동결을 예상했고, 노무라가 1회 인하를 이달 동결로 변경했다. 아울러 모건스탠리가 2회에서 1회로 낮췄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전망치도 다소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지난 1월 29일 기준 연 4.08%에서 약 일주일 뒤인 이달 7일 4.18%로 0.10%포인트 올랐다. 현재 연 4.50%보다 고작 0.3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미국이 ‘통화가치 절하(금리 인하)’를 택하지 않으면 달러 가치는 한동안 지금처럼 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될 공산이 크다. 환율이 자연적으로 내려가지 않는단 의미다.

이와 관련 이창용 총재도 지난 6일 도쿄 출장 중 외신 인터뷰에서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와 관련 “외환시장 상황이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금통위원들은)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면 기름을 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달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전문가 사이에서도 2월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단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연초엔 내린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뒤집는 분위기”라며 “미국이 인하 속도를 늦추는 상황에 우리만 내릴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경기를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환율 부담에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전망했다. 이어 “한은이 연준을 의식한다는 가정 하에 올해 금리 인하가 1~2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침체한 내수 경기를 이유로 2월 금리 인하가 시작돼 연내 세 차례 이상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1월에 미룬 기준금리 인하를 2월엔 할 것”이라며 “트럼프 변수로 결정이 쉽지 않겠지만 결국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연내 기준금리 인하 폭은 0.75%포인트로 전망하고 있고, 현재 경기 침체 상황을 보면 1%포인트까지도 내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내수가 너무 침체해서 지금 경기를 부양하지 않으면 건설회사 등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2월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이후부터는 긴축에서 확장으로 나아가야 하고, 통화정책 완화는 물론 제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상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