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KRX 자동차·철강·2차전지 TOP 10’ 지수 49개 종목 시총 16.6조 ↓

鐵 관세 현실화…기존 쿼터에 25% 추가 관세로 수출 부담 ↑

트럼프 “車·반도체·의약품 관세 검토”…‘시한폭탄’ 작동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사인한 뒤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사인한 뒤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 주요 수출 섹터인 자동차, 철강, 2차전지 관련 주요 종목 시가총액이 1주 만에 17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는 미·중 관세 전쟁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보편관세’ 및 ‘상호 관세’ 위협만으로도 국내 증시엔 상당한 충격파가 전해진 셈이다.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한국도 ‘관세 폭격’의 조준경 위에 올라가게 된 가운데, 주요 대미(對美) 경상수지 흑자국인 한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관세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주요 수출주의 향후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發 관세 우려만으로도 韓 수출株 시총 ‘뚝’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들어 전날 종가까지 ‘KRX 자동차’ 지수, ‘KRX 철강’ 지수, ‘KRX 2차전지 TOP 10’ 지수의 등락률은 각각 -4.95%(1923.36→1828.06), -4.63%(1833.95→1749.09), -5.07%(2959.18→2809.16)를 기록했다.

세 지수를 구성하는 총 49개 종목(포스코홀딩스는 KRX 철강, KRX 2차전지 TOP 10 지수 중복 포함)의 시가총액도 이달 들어 6거래일 만에 16조6147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철강·2차전지에 대해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한국을 향해 본격화할 경우 하방 압력이 본격화할 대표 섹터라고 꼽아왔다.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글로벌 관세 전쟁의 포문이 열린 가운데, 한국을 향해선 직접적인 공격이 없었음에도 우려만으로도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린 것이다.

섹터별 대표 종목들의 시총 감소세도 두드러졌다. ‘KRX 자동차’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선 기아의 시총 감소액이 2조9428억원으로 가장 컸고, 현대모비스(1조5809억원)와 현대차(1조3821억원)의 시총 감소액도 조(兆) 단위를 넘어섰다. 관세 부과와 함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른 보조금에 대한 축소·철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LG에너지솔루션(1조2870억원), LG화학(1조1648억원) 등 2차전지 관련주의 약세도 눈에 띄었다.

‘KRX 철강’ 지수와 ‘KRX 2차전지 TOP 10’ 지수에 공통으로 포함된 포스코홀딩스의 2월 시총 감소액은 1조9417억원에 달했다.

鐵 관세 현실화…기존 쿼터에 25% 추가 관세로 수출 부담 ↑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한국이 미국발 관세 전쟁의 영향권에 들어선 첫 섹터는 ‘철강’ 부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한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내용을 남은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에 “예외나 면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사인한 뒤 발언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사인한 뒤 발언하고 있다. [AP]

2018년 트럼프 1기때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했을 때 한국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했다. 그에 따라 지금까지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단순화해서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적용한다고 밝힘에 따라 궈터를 조건으로 관세 면제를 받았던 한국산 철강 제품에도 25%의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부담 요인이 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미 CNBC 방송이 인용한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액이 29억달러(9%)로 캐나다(71억4000만달러, 23%), 멕시코(35억달러, 11%), 브라질(29억9000만달러, 9%)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열연 기준으로 한국산 철강의 수출 가격이 t당 500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한다면 25% 관세 부과 시에도 미국산 철강(t당 800달러) 대비 수출 가격 경쟁력은 여전하지만,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해당 리스크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철강주) 주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한국산 철강 대상 관세 부과는 미국 현지 공장을 구축한 자동차, 가전 업체에도 가격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실적과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車·반도체·의약품 관세 검토”…‘시한폭탄’ 작동 시작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혹은 12일(현지시간) 발표를 예고한 ‘상호 관세’ 역시도 글로벌 관세전쟁을 부추기는 데 ‘설상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상당 부분 철폐한 한국의 경우 그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표적 대상이 되는 것을 피했지만, ‘무역적자’를 이유로 ‘상호주의’에 어긋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할 경우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 중 하나인 한국도 표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강조하면서 ‘관세 시한폭탄’의 시계가 작동되기 시작했단 평가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한국의 대표적 주력 수출 품목이어서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공정 현장[헤럴드경제DB]
반도체 공정 현장[헤럴드경제DB]

지난해 3분기까지 전체 매출 중 미국향(向)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13.4%포인트 늘어난 58.8%에 이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글로벌 1위 SK하이닉스 주가는 2월 들어 0.55% 하락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월 들어 개인·기관 투자자 중심의 ‘저가 매수’가 몰리며 6.11%나 주가가 올랐지만,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에 따른 IT 시장 위축이 향후 중장기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단 분석도 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중국 고객사에 삼성전자의 HBM이 탑재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미국의 중국 제재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1분기 HBM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따라 세탁기에 고율관세를 부과받은 적 있던 LG전자 주가도 이달 들어 6.06% 떨어졌다. 시장 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LG전자가 21.3%로 1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철강을 제외한 한국 주요 수출주에 대한 관세 부과는 아직 시작도 하기 전이지만 주가엔 이미 하방 압력으로 작용 중”이라며 “투자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몰아치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데 초점을 두고 국내 주요 대형주에 대한 전략 수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