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탄핵심판 9건 접수…연도별 역대 최다

‘정치권 난맥상’ 반영된 헌재 통계라는 분석

“국정 관련 尹책임” vs “이러면 운영 안돼”

권한쟁의 접수도 9건…이 중 정치권發 6건

헌재, 부담 가중…여전히 재판관 1자리 공석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빨간불이 켜져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빨간불이 켜져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접수한 탄핵심판 사건 수가 헌재 출범 이후 연도별 역대 최다 접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특정 고위공직자에 대해 파면할 필요가 있다며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일이 가장 많은 해였다는 뜻이다. 국가기관 갈등 문제를 다루는 권한쟁의심판 사건 접수도 두자릿수에 육박했는데 그중 절반 넘는 사건이 정치권발(發) 권한쟁의 청구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통계란 분석이 나온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는 지난해 9건의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했다. 1988년 출범 이후 헌재는 지난해까지 총 16건의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했는데, 지난해 접수 사건이 역대 총 접수 사건의 절반을 넘는 것이다. 지난해 전에 가장 많았던 2023년의 4건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탄핵심판은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을 비롯해 법관, 감사원장 등 고위 공직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지 살펴보고 해당 직에서 파면할지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야 헌재가 탄핵심판 사건을 접수할 수 있다. 때문에 압도적으로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한 헌재의 탄핵심판 사건 접수 통계가 ‘정치 현주소’를 나타낸다는 지적이다.

헌법 전문가인 헌법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에 “큰 틀에서 보자면 정치 난맥상이 맞다”며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이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탄핵심판으로 놓고 보면 헌재 접수 건수는 여러 건이지만 (대부분)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된 사실상의 대통령 탄핵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헌재가 접수한 탄핵심판은 모두 22대 국회 개원 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시작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1건만 지난해 8월 접수됐고, 나머지 8건 모두 12월에 접수됐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 외에 박성재 법무부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및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에는 각각 ‘비상계엄 사태 관련 책임’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돼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실종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탄핵소추를 한 주체는 더불어민주당이지 않나”라며 “의회 다수당이 힘을 과하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탄핵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며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고위 공직자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나”라고 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파면 여부를 가릴 탄핵심판을 비롯해 헌재에 탄핵심판 사건 접수가 쌓이면서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 헌재도 그만큼 부담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심리와 선고에 어느 사건보다 ‘초집중’ 해야 하는데, 다른 탄핵심판의 당사자도 ‘중요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여서 직무 정지 상태가 마냥 장기화 되도록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종석 전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지난해 10월 퇴임한 이후 ‘재판관 6인’ 상태가 이어지다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올해부터 ‘8인 재판관 체제’가 됐지만 여전히 재판관 한 자리가 공석으로 비어 있는 상태다.

국가기관 갈등 문제를 다루는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경우 지난해 헌재가 9건을 접수했다. 그 전년도인 2023년 10건보다 1건이 줄긴 했지만 2017년 2건, 2018년 2건, 2019년 6건, 2020년 5건, 2021년 2건, 2022년 5건이던 연도별 접수 건수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특히 헌재가 접수한 9건의 권한쟁의 사건 중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이 ‘청구인’인 사건이 총 5건이고, 지난해 12월말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체포영장’과 관련해 낸 사건까지 더하면 총 6건이 정치권발 권한쟁의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