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항상 미국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미국의 황금시대가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했다. 이날 취임사는 미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재확인하는 메시지로 채워졌다. 30분간 진행된 취임연설에서 트럼프는 ‘아메리카’라는 단어를 41차례나 사용했다. 트럼프 2기의 미국 우선주의가 더 공세적일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의 취임사는 앞서 여러차례 공언한대로 자국 산업 보호가 핵심이다. 관세 부과 확대와 에너지 자급자족을 위한 석유·가스 시추 확대, 전기차 의무화 폐지 등을 통해 미국 중심 경제 구조를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이민자 차단과 국경 안보를 강화하는 데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는데 이를 위해 그는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강경한 이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첫번째 조치인 셈이다. 국경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비개입, 고립주의를 표방한 점이 눈에 띈다.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으로 평가받겠다”고 언급하며, 군사력 강화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위상을 유지하되, 해외 개입은 지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맹국에게 더 이상 안보 무임승차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는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전통적 동맹 관계조차 ‘공정한 대우’가 없다면 유지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철저히 미국 이익 중심에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우리에게도 ‘안보 비용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다.
우리로선 무엇보다 북핵과 관세 부과 등 통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우리의 무역체계의 전면 개편에 나설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재천명했다. 트럼프는 보편관세 10~20%, 대(對)멕시코·캐나다 25%, 대중국 60% 부과 계획을 공언해 왔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들과 문답에서 일단 멕시코와 캐나다를 대상으로 한 새 관세율 적용을 “2월 1일부터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장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생길 뿐 아니라 보편 관세 부과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관세 부과 기조가 확고한 만큼 정교하게 대비해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해군 증강과 경제 안보에 필요한 한국 조선과 원전 등에서 상호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우리에게 발등의 불이다. 트럼프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가리켜 “이제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세력)”라고 지칭하며 “우리는 잘 지냈다.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김정은과 직접 담판 짓는 ‘한국 패싱’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상식의 혁명’이란 이름으로 뒤집어진 ‘트럼프 2.0’시대에 맞춰 우리도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