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서상범 기자]여기 두 광고가 있습니다. 두 광고 모두 운동하는 여성, 자세하게는 달리기를 하는 여성을 주제로 다루고 있죠. 하지만 같은 주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릅니다. 먼저 A 광고는 짧은 탱크탑을 입은 가수 설현을 모델로 내세웁니다. 이윽고 공원을 달리는 설현을 바라보는 남성들이 등장하죠. 남성들은 “떴다. 떴다. 3시 그린”이란 말과 함께 설현의 뒷모습을 보며 “저 뒷모습. 헉”이라는 감탄사를 내뱉죠. 카메라 역시 남성들의 시선에 부응해 설현의 전신을 위아래로 훑습니다. 이 광고에서 설현은 남성들의 시각적 찬사를 유발하는 존재로 자리잡죠.
사진=엘레쎄 광고 유튜브 캡쳐
다른 B 광고를 보시죠. 이 광고 역시 달리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광고 속 여성들은 설현과는 조금 다릅니다. 운동복을 갖춰입은 여성은 쇼파에 늘어져서 잠을 자고 있는 남성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이윽고 여성의 주변에는 또다른 여성들이 합류하며 맹렬한(?) 달리기를 시작하죠. 그러자 남성과 여성으로 나뉜 막대그래프(러닝 거리를 의미합니다)에서 여성의 수치가 확연하게 올라갑니다. 거리가 달리는 여성으로 가득차자 남성들도 반격에 나섭니다. 이내 거리는 남성과 여성들이 달리면서 내뿜는 땀의 열기로 가득합니다. 영상 속 여성들은 몸매를 뽐내지 않습니다. 남성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러너’로서의 모습만 존재하죠.
사진=나이키
A 광고는 스포츠 브랜드 엘레쎄가 지난 2월 공개한 2016 S/S시즌 광고 영상입니다. B 광고는 글로벌 브랜드 나이키의 영상이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두 광고 모두 여성의 달리기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사뭇 달랐습니다.
<나이키 광고>
<엘레쎄 광고>
엘레쎄 광고가 운동하는 여성을 일종의 눈요기감으로 다뤘다면, 나이키 광고는 남성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선의의 라이벌로 다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볼까요?
한국다양성연구소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일 이 두 영상을 소개했습니다. 해당 글의 제목은 ‘달리는 여성이 대상화 될 때 VS 달리는 여성이 주체일 때’였죠.
연구소는 “대상화란, 특히 성적 대상화를 말하며 사람을 바라볼 때 독립적인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입각해서 생각하는 사고 체계를 말한다”는 글을 덧붙였습니다.
이어 연구소는 “주체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해서 행동하는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이나 세력을 말한다. 경쟁을 하든 대결을 하든 그 무엇을 하든 말이다”라는 글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사진=나이키
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두 영상 중 무엇이 달리는 여성을 대상화했는지, 주체로 바라봤는지에 대한 답은 독자 여러분이 쉽게 내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엘레쎄 광고가 아쉬운 것은, 이 광고가 여성 운동 인구를 겨냥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성 운동 인구가 확연히 증가하는 가운데 여성 소비자를 잡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치열한데요.
해당 업체가 여성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운동 주체로서의 여성이 아닌, 누군가에게(특히 남성이겠죠) 보여주기 위해 운동을 하는 여성이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해당 업체는 영상을 공개한 지난 2월 당시, ‘컬러감성을 잘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전통적인 광고에서 여성을(흔히 섹시하고 젊은) 강조하는 것은 일반적인 광고의 문법이다’라고 말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광고계에서는 성적 대상의 존재, 또는 사회적 고정 관념의 존재가 아닌, 여성 자체의 모습을 강조하는 경향이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위생용품기업 P&G의 ‘여자애처럼(LIKE A GIRL)’ 캠페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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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슈퍼볼 기간에 방영되며 큰 화제를 일으켰고, 2015 칸 광고제에서 PR부문 그랑프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여성을 전통적인 고정관념에서 바라보는 것은 최근의 광고계에서는 너무나도 쿨(COOL)하지 못한 일입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광고계에서도 여성을 더이상 눈요기의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 '쿨'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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