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김현경 기자] “아기를 맡길 데가 있으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도 낳고 싶죠”
결혼 3년차인 직장인 송모(30) 씨는 출산 계획을 미루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을 생각은 아니지만 당장은 힘들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양가 부모님은 지방에 계셔서 아이를 봐줄 수 없고, 작은 회사라 육아휴직도 어려울 것 같고, 일을 그만두자니 대출을 갚기가 막막하고…. 고민 끝에 몇 년간은 둘이 열심히 벌고 나중에 생활이 좀 나아지면 아이를 갖자고 남편과 합의했습니다.
[사진=123RF]
지난해 출산한 이모(34) 씨는 복직을 하면서 시댁 근처로 이사를 갔습니다. 이 씨와 남편 모두 새벽에 출근을 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어린이집 등원까지 아이를 봐줄 베이비시터를 찾았지만 구할 수 없었고, 결국 시어머니가 매일 새벽에 와서 어린이집 등원까지만 봐주기로 했습니다.
“시어머니도 일을 하시는데 새벽마다 오시는 게 죄송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 이 씨는 말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에게 ‘아이를 누가 봐줄 것인가’는 가장 큰 고민거리입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안 되는 직장도 아직 많고, 된다고 하더라도 눈치가 보이는 실정입니다. 아이를 봐줄 부모님이 있으면 행운이지만, 없을 경우엔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데 그것도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어린이집에 들어가도 끝이 아닙니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가기 때문에 선생님 눈치를 봐야 하고, 갑자기 휴원이라도 하는 날에는 회사에 휴가를 내야 합니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시터가 그만두지 않게 하려면 잘 모셔야 합니다.
직장맘은 결국 여기저기 눈치를 보는 ‘을’이 되는 겁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들도 고민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육아와 가사라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일을 하고 있다고 인정받지 못하고, 늦게라도 취업을 하고 싶지만 아르바이트조차 벽이 높습니다.
출산이라는 극심한 고통을 겪은 엄마들이 “아이를 낳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란 의아한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키우는 게 훨씬 어렵다”는 말이 따라옵니다. 출산이 쉽다는 게 아니라 육아가 그만큼 어렵다는 표현입니다.
그 어려움에는 육체적ㆍ정신적인 스트레스뿐 아니라 경제적ㆍ사회적인 문제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보육’이란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보육’ 때문에 엄마들이 또 혼란에 빠졌습니다. 1만여개 이상의 민간 어린이집이 28일부터 사흘간 집단 휴원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누리과정(만 3~5세) 보육 예산을 두고 핑퐁게임을 벌이는 동안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보육예산 삭감에 항의해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어린이집 측의 입장도 일견 이해는 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건 결국 학부모들입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부모들은 월차를 내거나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매년 반복되고 앞으로도 계속될지 모르는 보육대란 속에 엄마들은 지치고, 어린이집 외에 다른 방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보육 환경이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서 출산율 제고는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결국 정부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마음 편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꿈같은 얘기지만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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