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1970년대 한국 중공업의 급격한 성장이 정부의 보조금 지원 덕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 정부가 1973년부터 1979년까지 중공업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 기술 도입을 촉진하는 ‘일회성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이런 직접 지원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 지속 성장을 위해선 성장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IMF의 ‘산업화와 대규모 추진: 이론과 한국의 실증적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중공업을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외국기술 도입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기술 연구개발(R&D)과 생산공정 개선을 위한 세제 혜택, 금융 지원도 병행했다. 그 결과, 한국의 중공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5%에서 23.6%로 끌어올렸고, 수출집약도는 30%에서 46.2%로 뛰어 올랐다. 경공업 중심의 한국 경제가 중공업으로 구조 전환한 것이다.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경제의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IMF는 이 성공방식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 세계 경제는 기술 패러다임이 변하는 변곡점을 맞고 있지만 높은 물가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경기가 전체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정부가 미래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장을 견인할 필요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세제 혜택 강화, R&D 투자 확대, 기술 도입 촉진 인프라 확충 등을 권고했는데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성장률을 1.5%로 예상할 정도로 내수 침체와 생산성 증가 둔화, 수출 둔화 등 한국 경제는 복합 위기 상황이다. 주력 산업들은 중국의 공세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첨단 산업들도 쫒기는 처지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좋은 성공모델을 갖고도 지원에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직접 지원은 커녕 세제 혜택도 소극적이고 각종 규제로 발목까지 묶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산업 육성책을 내놓았지만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줄 만한 지원은 부족하다. 자금, 기술, 인프라 지원은 물론 규제를 확 풀어야 그나마 남들 만큼 뛸 수 있다. 이런데도 국회는 반도체 시설투자세액공제율 상향, AI와 미래형 운송수단 세제 지원 등 합의한 감세법안까지도 처리를 마냥 미루고 있다.
IMF의 제언은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밝힌 정부의 정책과 제도가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가능케했다는 극찬과도 일면 통한다.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의 씨앗을 많이 뿌리는 포용적 경제 환경 조성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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