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진한 여운 남긴 작은영화들
그래도 관객들은 김기덕과 우디 앨런을 사랑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마케팅에 달리고 배급력에 밀리고. 한국 영화는 1억명을 돌파했고, 전체 극장 관객은 2억명에 근접하는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도 작은 영화들에는 힘든 한 해였다. 저예산, 독립, 예술 영화 등 ‘작은 영화’들은 메이저 배급사의 큰 작품에 떠밀려 관객들이 들지 않는 조조나 심야로 상영시간이 밀리고, 그마저도 띄엄띄엄 다른 영화에 끼워 관객들을 만나는 교차 상영의 수모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배급이나 제작비 규모를 뛰어넘는 감동과 작품성으로 관객들을 사랑받은 작품들은 있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대규모 개봉 상업영화와는 별도로 집계하는 ‘다양성 영화’의 순위에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올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월 6일 개봉해 총 6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 작품은 채무자들을 협박하고 위해하며 폭력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한 남자가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여인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빚과 착취, 죽음의 고리로 얽힌 관계와 사회에 과연 구원의 가능성이 있는가를 묻는 처절한 작품으로 국내외 평단과 객석에서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2위는 우디 앨런 감독의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예술찬가 ‘미드나이트 인 파리’가 차지했다. 파리를 방문한 할리우드의 스타 시나리오작가가 약 1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평소 자신이 동경하던 마크 트웨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전설적 예술가들과 어울리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7월 5일 개봉해 35만명을 동원했다. 국내에 개봉한 우디 앨런 감독 작품으로는 최고 흥행 성적이다.
지난 2월 ‘부러진 화살’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정지영 감독은 1년도 안 돼 차기작 ‘남영동 1985’를 내놓아 다양성 영화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다. 늑대인간을 사랑해 반인반수인 아이들을 낳고 키운 한 여인의 이야기를 가슴 뭉클하게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도 입소문 끝에 33만명을 동원하며 4위를 차지했고,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인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가 5위로 그 뒤를 이었다.
용산 참사의 진실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과 캐나다 멜로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영화(동성애 소재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인도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은 차례로 6~10위에 올랐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