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아마겟돈 등 흥행몰이 범죄·재해에 삶 붕괴될 수 있는 인간 군상들의 공포·불안 반영

108층 빌딩 화재 그린 영화 ‘타워’ 재난앞 비뚤어진 욕망 꼬집어

미국 영화사상 자국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는 ‘아바타’이며, 2위가 1997년 제작된 ‘타이타닉’이다. ‘타이타닉’은 잘 알려진 것처럼 1912년 당시 최대 규모의 초호화 여객선이 첫 항해에서 침몰해 15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뿐 아니다. 미국 영화 흥행집계사 ‘박스오피스모조’에서 역대 재난영화만을 가려 순위를 매긴 자료에 따르면 물과 불, 전쟁, 괴수의 출현, 외계인 습격, 행성 충돌 등 온갖 종류의 재해를 다룬 작품들이 즐비하고 많은 관객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역대 재난영화 흥행 2위는 외계인 침공을 담은 ‘인디펜던스데이’다. 폭풍 재해를 다룬 ‘트위스터’와 역시 외계인들의 지구 습격을 그린 ‘우주전쟁’, 행성 충돌을 소재로 한 ‘아마겟돈’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투모로우’ ‘퍼펙트스톰’ ‘아폴로13’ ‘2012’ ‘딥임팩트’ ‘고질라’ ‘볼케이노’ 등도 큰 인기를 얻어 흥행 순위 상위권에 든 작품들이다.

최근엔 한국 영화에서도 재난영화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2006년작 ‘괴물’과 2009년의 ‘해운대’, 지난해의 ‘7광구’, 올해의 ‘연가시’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영화가 재난을 소재로 하고, 관객들은 스크린 속 재난에 매혹될까? 그것은 잊을 만하면 ‘종말론’이 출몰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로 재난영화는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공포와 불안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때문이든, 흉악범죄나 자연재해 때문이든 삶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리 사회의 두려움, 그리고 재난을 시각적으로 재연할 수 있는 자본 동원력 및 영상ㆍ촬영 기술력의 발달이 한국의 재난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1986년 출간한 저서 ‘위험사회’에서 성찰과 반성이 없이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지진ㆍ수해 등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전쟁ㆍ테러ㆍ방사능ㆍ에이즈ㆍ환경호르몬 등 예측 불가능한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다. 위험이 근대화에 대한 실패의 대가가 아니라 성공의 결과이며, 후발 산업국가나 낙후된 사회의 조건이 아닌 선진 국가가 당면한 상황이고,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주어진 환경이라는 것이 위험사회론의 요지다. 부와 과학기술이 위험을 더욱 증가시키며, 계급에 따라 위험이 차등적으로 배분되고, 보험과 같이 위험을 사고파는 상품이 일상화되는 것도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최근 개봉한 재난영화 ‘타워’는 상류층과 고위 인사들이 거주하는 초고층ㆍ초호화 주상복합건물에서의 대규모 화재와 붕괴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여기서 화려한 108층의 빌딩은 모든 이가 선망하는 부의 상징, ‘욕망의 바벨탑’이다. 입주민들의 괄시를 받으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청소부 아줌마’부터 ‘알바’로 밤을 새워야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그의 아들, 로또가 당첨돼 꿈에도 그리지 못하던 곳으로 이사를 온 이, 명품으로 몸을 감싼 ‘귀부인’,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까지 다양한 사람의 꿈과 희망, 절망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사회 풍자도 곁들여졌는데, 예를 들자면 극 중에서 거듭 암시되는 ‘부실시공’과 안전 불감증, 편법 및 부정은 비뚤어진 욕망의 증거다. 화재와 붕괴위험 속에 버려진 수많은 이를 두고도 오로지 국회의원 및 상류층들의 구제에만 관심을 보이는 공무원은 “재난 앞에서도 계급은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는 욕망과 이기심 그 반대편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직하게 수행하는 소방관을 통해 영화는 희생과 헌신, 사랑의 위대함을 일깨운다. ‘타워’는 비교적 재난영화의 공식에 충실하고 이를 한국 영화의 진보한 영상, 촬영기술로 재현한 모범적인 재난영화라고 할 것이다.

재난영화를 관통하는 공식은 인간의 끝도 없는 욕심과 이기심이 낳은 결과로 등장하는 재해,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이는 다양한 신분과 계층의 인물, 그리고 시련에 빠진 이들을 구원하는 희생과 헌신, 사랑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