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선정 올해의 키워드
저성장시대 ‘푸어族’ 대량 양산 정치인들 표 얻으려 돈풀기 경쟁 재정파탄 美·유럽 전철 우려 선진국 환율전쟁도 점입가경
공정·투명한 사회시스템 정착 부의 양극화 ‘족쇄’ 벗어날 날은…
헤럴드경제는 올해의 키워드로 ‘전(錢)’을 선정했다. 돈이다. 된소리인 ‘쩐’으로 발음하면 더 실감난다. 금년엔 ‘쩐의 전쟁’이 나라 안팎에서 벌어졌다. 국내에선 돈의 쏠림현상에 따른 양극화에 일자리의 부족으로 세대 간 충돌까지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국가 간 환율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돈은 경제의 혈액이다. 피가 온몸에 고루 돌아야 신체가 건강하듯 돈이 구석구석 스며들어야 사회가 튼튼해진다. 그런데 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다 보니 곳곳에서 병폐가 터졌다. 서민 가계엔 돈줄이 말랐다. 빌린 돈은 많은데 소득은 제자리여서 빚더미를 잔뜩 어진 신용불량자가 부지기수로 늘었다. 집값이 뚝뚝 떨어지면서 하우스 푸어도 사회의 뇌관이 됐다. 성장 시대에 사라졌던 푸어(가난)족이 양산됐다. 하우스 푸어를 비롯해 캠퍼스 푸어, 워킹 푸어, 베이비 푸어 등은 먼 나라가 아닌 우리 주변의 일상이다.
정치인들은 나라 곳간을 열어 돈 풀기 경쟁을 벌였다. 환심을 끌어 표를 사기 위해서였다. 그나마 우리는 아직까지 나라 살림을 잘 지탱하고 있지만, 일찌감치 돈을 풀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재정파탄의 벼랑 끝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국 제품의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 전쟁도 점입가경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들이 돈을 대거 풀면서 원화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해외여행 가서 돈 쓸 때는 좋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험난한 장애물이다.
탐관오리와 전주(錢主)는 탐욕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검은돈 거래를 단죄하는 직분을 망각하고 차명통장으로 거액을 수뢰한 ‘돈검사’가 민낯을 드러냈다. 은행이 퇴출될 위기에 처하자 고객들의 땀냄새 나는 예금 수백억원을 들고 해외로 밀항하려다 붙잡힌 저축은행 회장도 있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돈선거 파문은 올 총선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는 한 방으로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는 로또복권이 발매된 지 10년째 되는 해다. 서민들에게 로또는 ‘일주일의 행복’이다. 행복의 시효를 평생으로 늘리려면 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같은 부익부 빈익빈 사회체제에서 개인이 그 족쇄를 탈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회 시스템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조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따뜻한 시장경제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지켜져 돈이 없어도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길 소망해본다.
박승윤 경제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