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를 가로지르는 스미다강 동쪽 끝에 위치한 ‘도쿄도(東京都) 현대미술관’에는 싱글 관람객이 도쿄의 어느 미술관보다 많다. 약칭 ‘모트(MOT)’라 불리는 이 미술관 앞마당에는 블룸버그가 지은 작고 이색적인 파빌리온 (Mot×Bloomberg)이 있어 싱글족이 더 많이 몰리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머리에 오디오 가이드를 두른 젊은 싱글족이 차분하게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을 이 미술관에서는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모트(MOT) 뿐이 아니다. ‘싱글족의 천국’ 일본은 미술관도 나홀로 관람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공연히 마음이 맞지않은 사람과 엮여서 문화생활을 하느니 혼자서 미술의 바다를 마음껏 유영하려는 이들이 많은 것.

이제 이런 모습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됐다.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서울 시내 곳곳에 산재한 국공립 및 사립미술관에는 ‘나홀로’ 티켓을 끊어 조용히 관람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아직 싱글 관람객의 비중이 크지않아 별도로 통계를 낸 곳은 없으나 이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과 마케팅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갤러리의 관람객 중에도 나홀로 관람객의 비중은 최근들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시에 따라서는 왁자지껄하게 몰려다니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전시를 속속들이 음미하려는 이들의 비중이 많은 전시도 나타나고 있다.

사비나미술관의 박민영 팀장은 “아직까지 국내 미술관은 가족단위, 커플 관람객이 많지만 앞으론 일본처럼 싱글 관람객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에 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할 듯하다“고 밝혔다.

가족, 친구, 연인 단위로 주로 관람하던 공연장에도 나홀로 관람문화가 퍼지기 시작했다. 회사원 김새롬(28)씨는 공연장을 자주 홀로 찾는 공연 매니아다. 최근에 혼자 본 작품은 뮤지컬 ‘완득이’와 ‘그리스’. 김 씨는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러 가기도 하지만 작품에 집중하고 싶으면 혼자 볼 때도 많다”고 했다. 김 씨는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내 취향의 작품을 골라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고 나홀로 관람의 장점을 설명했다. 매진 즈음 싼 값에 나오면서도 애매하게 좋은 위치에 남은 한 자리는 그가 노리는 명당이다.

김선경 인터파크 팀장은 “1인1매 예매율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며 “만만찮은 티켓 가격 때문에 재관람하는 관객들 중에서도 자신의 취향을 다른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어 작품에 따라서는 혼자 보는 관객들이 더러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주로 커플티켓, 가족티켓 등 2매~4매 구매고객에게 할인하는 이벤트가 많지만 1인 관객을 위한 이벤트도 생겼다. 연극 ‘모범생들’의 경우 이색적으로 혼자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티켓 가격의 20%를 할인하는 싱글할인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이영란 선임기자ㆍ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