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즐거운 한겨울 극장가다. 최첨단 영상 기술이 동원돼 화려한 대규모 스펙터클을 뽐내는 영화가 연말 연초 극장가에 잇따라 개봉하고 있다.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외화 뿐 아니라 한국영화도 가세했다. 올겨울 성수기 흥행경쟁은 규모와 영상미의 대결로 요약된다. 대규모 세트와 압도적인 사운드,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향연이다.
먼저 오는 25일 개봉하는 ‘타워’는 한국영화 영상, 촬영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도심 속 초고층 빌딩에서의 화재를 다룬 재난영화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된 108층 쌍둥이 빌딩은 실사 이상의 사실감을 보여준다. 중식당, 엘리베이터, 구름다리 등 건물 안의 다양한 공간은 26개의 세트에서 촬영됐다. 헬기가 빌딩과 충돌하고, 화재와 폭발이 잇따르는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과 세트 촬영, 특수효과가 결합돼 스크린에 담겨졌다. 물탱크가 폭발해 인물들이 물살에 휩쓸리는 장면도 ‘해운대’를 연상케한다. 불도 살아있고 사람도 살아 있는 재난영화다.
대작 흥행경쟁의 포문을 연 작품은 지난 13일 개봉한 피터 잭슨 감독의 판타지 영화 ‘호빗:뜻밖의 여정’이다. 영화사상 대규모 개봉 상업영화로는 최초로 초당 48프레임을 스크린에 영사하는 HFR(하이 프레임 레이트) 3D 기술이 적용됐다. 호빗족과 난쟁이족, 괴수들의 대규모 전투가 장대한 스펙터클로 담겨졌다. 기존의 채널 할당식의 시스템을 뛰어넘는 ‘돌비 애트모스’라는 새로운 음향기술이 3D입체영상과 어울렸다.
그 뒤는 휴 잭맨, 앤 해서웨이 주연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잇고 있다. 이 작품은 1800년대 혁명기의 프랑스를 재현한 대규모 세트와 뮤지컬 영화로는 최초로 촬영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노래가 자랑거리다. 죄수인 장발장이 다른 재소자들과 어울려 일을 하는 첫 장면을 위해선 길이 180m, 높이 15m의 배가 동원됐고, 프랑스 예술가 구스타브 도어의 작품을 참고해 선착장과 공장, 부두의 세트가 지어졌다. 높이 10m의 코끼리상과 12m의 바리케이트, 100명의 군중이 동원된 프랑스 혁명 민중봉기 장면을 위해선 1830년대 파리 거리가 세트로 재현됐다.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판타지 대작인 ‘클라우드 아틀라스’(내년 1월 10일 개봉)는 1849년부터 2321년까지 500년간 여섯개의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특히 2144년 미래의 서울이 국내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해수면이 상승해 서울이 물 속에 잠겼다는 설정 아래 고층건물 사이로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등 첨단 미래 도시의 모습이 담겨졌다. 태평양의 한 섬에 표류한 한 소년과 호랑이의 모험담을 그린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1월 3일)는 ‘아바타’에 버금간다는 평을 들은 3D기술 뿐 아니라 인도의 동물원, 태평양을 재현한 로케이션과 세트 촬영이 압권이다. 특히 바다 장면은 길이 70m, 너비 30m, 깊이 4m로 특수 제작된 거대 수조를 이용해 촬영됐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