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프라이빗 체크인부터 ‘식전주’ 까지 파리지엔 흉내내다…야경에 흠뻑취해 마치 ‘파리의 밤거리’ 거닐듯 황량한 서울을 벗어나다
“차라리 남자들 셋이 모여서 놀아보지 그래?” 연말, 여자들의 파티 이야기는 그다지 새롭지 않습니다. 이미 수년 전 레지던스 호텔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놀이문화죠. 진부하지 않느냐는 중론을 모아, 남자들의 체험기를 요구했으나 “남자들끼리 호텔방에서 대체 뭘 하라는 거냐. 절대 사양이다”는 단호한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동행녀를 모집하고, 주변에 가장 잘 ‘산다는’ 친구에게 조언도 구했습니다. 그녀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일주일에 2~3번 호텔 뷔페를 즐깁니다. 사우나도, 피트니트센터도, 브런치도, 커피 한 잔도 모두 호텔에서 합니다. 20대의 MT형 ‘파자마 파티’보다는 30대 ‘부자 친구’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체험을 선택했습니다. 일년에 단 하루. 일부러 ‘사치’를 부려보는 것도 꽤 괜찮은 기분전환입니다.
#프라이빗 체크인부터 ‘식전주’까지…금요일 오후, 파리지엔 흉내내기휴가를 내면 좋겠지만, 호텔 체크인은 보통 오후 3시부터이니 연차를 쓰기엔 아깝다. 반차를 내거나 요령껏 ‘땡땡이’ 치기를 권한다. 북적거리는 1층이 아니라 한적한 20층에서 프라이빗 체크인 서비스를 받았다. ‘룸넘버 1856’. 동행녀 A 씨와 B 씨에게 문자를 보낸 후 빳빳하게 풀을 먹인 침대 위에 ‘풀썩’ 드러눕는다. 이유도 모르고 기분이 좋다. 4시엔 A 씨가 5시엔 B 씨가 도착했다. 때마침 창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18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얀 서울’이 정감있다. 낭만의 농도가 짙어질 무렵, 프랑스 사람들이 종종 즐긴다는 ‘식전주’를 거행하고 말았다. 룸 서비스로 와인과 치즈를 주문했다. 1박2일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미드나잇 파티’를 위한 예행연습인 셈. 와인은 피노누아 품종의 ‘피노 프로젝트’. 한때 와인 취재를 했던 B 씨는 “여성 투숙객을 배려해 부드러운 부르고뉴 와인을 보낸 센스가 돋보인다”며 소믈리에를 칭찬했다. 눈내리는 창 밖을 보며 달달한 와인 한 잔으로 지난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이 순간 ‘파리지앵’도 별거 아니다. 저녁은 19~20층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 가볍게 해결. 외부에 나가거나, 호텔 내 비싼 레스토랑을 이용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고 경제적이다. 호텔마다 간단한 다과에 고기까지 먹을 수 있는 ‘해피아워’가 있으니 참고.
#낮보다 아름다운 ‘파리의 밤’으로 간다얼마 전 종영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여심을 자극했다. 모르긴 몰라도 꽤 많은 여성들이 영화를 본 후 파리행 비행기표를 끊었으리라. 이 호텔 23층 레스토랑은 12월 한달간 밤 10시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파리로 변신한다. 저녁 식사 후 TV를 보던 일행은 11시께 마법에 걸린 듯 23층으로 향했다. ‘파리의 밤거리’로 간다. 사실, 우릴 반기는 건 시원한 통유리 너머 ‘우 서울타워, 좌 서울시내’ 였다. 입김이 서리는 창문 너머 불빛을 보며 잠시 최면을 걸자. 어느새 개선문, 샹젤리제 등 파리의 명소가 펼쳐질 테니. 샹젤리제 거리의 명물인 뱅쇼(과일 등을 넣고 데운 따듯한 와인)와 스파클링 와인에 적당히 취기가 오른다. 재즈풍 캐럴을 들으며 노곤해진 몸을 살짝 흔들어 본다. 마카롱, 쇼콜라 등 프랑스식 디저트도 미감을 자극한다. 조르주 상크 호텔의 디렉터 제프 레섬이 스타일링한 꽃장식 감상도 놓치지 말자. 애초에 ‘우린 남자없이 잘 놀아’가 콘셉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아쉬운 마음은 무얼까. 라운지엔 20대 후반~40대 초반의 여성들만이 가득하다. 예리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A 씨는 재즈 연주자(남자)를 손님으로 착각하고 “말 걸어보자”고 했을 정도. ‘미드나잇(자정)’이 되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영화(미드나잇 인 파리) 속에 등장하는 마차가 서울까지 오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겠지. 신데렐라의 마법은 밤 12시에 풀렸지만, 파리의 마법은 새벽 2시에 풀린다. 샹젤리제 거리가 다시 ‘황량한’ 서울이 되었을 때, 우리는 현실(객실)로 돌아왔다.
그녀들의 호텔 체험기
A 씨 : 막차나 운전 걱정없이 마음껏 와인을 마신다. 그리고 뽀송뽀송한 침대에서 바로 잠든다. 그것만으로도 호텔 패키지는 그 값을 하는 것 같다. 해피아워의 간단한 저녁식사는 미드나잇 라운지의 와인과 디저트를 기분좋게 즐길 수 있게 해줬다. 테이블 간 거리가 멀어,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일행과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줬고, 아늑한 꽃장식 덕에 ‘여자들만의 밤’이 더욱 우아하게 느껴졌다. 은은한 조명에 ‘셀카’도 훌륭함. 다만, ‘포토존’이라고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일행과의 기념사진은 조금 엉성하게 남은 게 ‘옥의 티’. ”
B 씨 : “와인 선정 등 세심한 룸서비스에 감동. 이래서 ‘호텔에 오는구나’ 싶었다. 탁 트인 전망과 눈이 소복히 내려앉은 고즈넉한 창밖 풍경은 일주일간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줬다. 눈으로 하는 ‘힐링’이다. 추가 3만원에 신선한 유기농 샐러드를 듬뿍 맛볼 수 있는 조식 뷔페는 만족도 99%. 역시 호텔의 꽃은 조식. 미드나잇 라운지는 파티장보다는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여서, 강렬한 연말 파티를 기대한 나로서는 실망. 이 패키지의 장점은 와인 등 술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었던 건데, 다음날 아침 조식에 해장할 만한 메뉴가 없어서 당황스러웠음.”
**기사 속에 등장하는 상품은 서울신라호텔의 ‘미드나잇 라운지 패키지(2인 기준 33만~38만원)’로, 1인 추가(7만원)와 호텔 조식(1인당 3만원)을 포함해 총 54만원, 1인당 18만원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박동미ㆍ황혜진ㆍ박수진 기자/pdm@heraldcorp.com
취재협조ㆍ사진제공=서울 신라호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