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발표한 이후 한달 간 해외 운용사에서 1600억원의 투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갑작스런 폐업 신고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환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헤럴드경제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해외 주식형과 해외 부동산형의 운용사별 설정액 증감을 분석한 결과, 골드만삭스의 한국 시장 철수 소식이 들린 지난달 12일부터 현재(6일 기준)까지 골드만삭스에서만 39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표 참조
해외주식형과 해외부동산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은 이들 유형이 골드만삭스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연금이 골드만삭스의 갑작스런 철수에 신뢰를 잃고 그간 맡긴 채권 관련 투자 전액 환수를 결정한 가운데, 투자심리가 흔들린 까닭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골드만삭스의 철수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국 시장 부적응 문제가 떠오르면서 다른 운용사에서도 투자 환수가 발빠르게 나타났다는 데 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슈로더, 피델리티, JP모간, 이스트스프링, 블랙록 등 11개 외국계 운용사의 관련 펀드 설정액은 한달 만에 1573억원이 줄었다.
이를 NH-CA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 하나UBS등 합작사로 확대하면 2400억원으로 불어난다.
사정이 이렇자 한국 시장 사업을 접지 않는 곳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6일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한국 법인 사장은 “피델리티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 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한국법인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피델리티 법인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낸 데다 내년에도 새로운 월지급식 채권 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라며 내년 사업계획까지 밝히고 나섰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금융회사가 언제든지 손 털고 떠날 것이라는 선입견에 대한 경계도 나타냈다.
그는 “당시 한국에 들어온 사모투자펀드(PEF)와 자산운용사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철수설이 불거진 데 대한 이유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한 불우이웃에 나눠줄 김장 김치를 담그는 행사에도 리드 사장을 비롯한 필립 페르슈롱 NH-CA 자산운용 대표이사, 크리스 린데 도이치증권 부사장, 로버트 퀀리번 맥쿼리증권 전무 등 외국인 금융투자회사 CEO가 대거 참가했다.
업계는 골드만삭스 운용의 철수 이유로 알려진 ‘적자 경영’이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기관 자금이 자본시장에 장기 투자해야 국내 시장이 외국인의 현금인출기(ATM)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골드만삭스 측이 한국법인에 소속된 직원 40여명에게 15~20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조기퇴직프로그램(ERP) 위로금을 줄 것으로 보이면서 1인당 평균 수억원의 위로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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