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저지르기도 힘들겠다”
“다음은 또 뭐가 나올까. 마약검사라도 나오나?”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 개혁조작글 검사에 이어 알선 검사까지, 한 달도 안 돼 연달아 4번이나 현직 검사들의 비위가 터져나오면서 검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앙지검의 한 간부급 검사는 “11월 한 달이 뭐 그냥 정신 없이 지나갔다. 김 부장검사 비리 파문이 지난달 8일 터졌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비리가 터져나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검사생활 15년여 만에 이렇게 자괴감이 든 건 처음”이라고 말을 흐렸다.
중앙지검의 한 평검사는 “일부러 비리를 저지르려 한다 해도 이렇게까지 연달아 터뜨리긴 어려울 것”며 “이런 순서라면 남은건 도박 검사, 마약 검사뿐이라는 자조도 흘러나온다”고 토로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사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쓴 마당에 다시 한 번 중앙지검 평검사의 비리가 터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대응할 수단이 남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총장이 사퇴한 마당에 더 이상 인적쇄신을 보이기도 어렵고, 총장이 부재 중인 이상 내부로부터의 개혁안을 추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내부에서 개혁안을 제시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검찰 내 일부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 등 외부로부터의 강제개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를 기회삼아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검찰 스스로 체질 개선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강하다.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의 자정노력에 의해 추진돼야 훗날 있을지도 모를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의 한 지검 부장검사는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일부 검사비리가 불거져 가슴이 아프다. 대검에서 이번 기회에 비리에 대한 발본색원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화불단행(禍不單行ㆍ불행한 일은 겹쳐서 온다)’이라 하더니 지금 검찰의 상황이 딱 그런 것 같다”며 “그저 사태가 빨리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