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문 채취 불응, 과다노출 등 28개 경범죄를 범칙금 부과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편의주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2일 범칙금 부과 대상을 늘리는 내용의 경범죄 처벌법 시행령(대통령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엔 즉결심판 대상이던 스토킹 외 27개 항목이 범칙금 부과 대상에 새로 편입됐다. 경찰은 판사의 재량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받던 항목들을 범칙금 형태로 바꿔 일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암표매매 행위, 거짓 광고 등에는 16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흉기 은닉 휴대, 자릿세 징수, 장난전화 행위는 범칙금이 8만원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지문 채취 불응에 5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내용은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경찰은 지문 채취 불응자에 대해 “범죄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의 신원을 지문조사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지문을 채취하려고 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 전문가는 피의자에 대한 지문날인 강요는 진술거부권 보장·영장주의·적법절차원칙·양심의 자유 등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강제 지문 날인은 인권침해 요소가 많은 권한남용 사례란 지적이다.
다친 사람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알고서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 8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도 처벌만능주의란 지적이 나온다. 개인의 양심과 도덕적 판단을 법적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은 경찰의 편의주의라는 것이다.
이밖에 과다 노출에 대해 범칙금 5만원을 부과키로 한 것도 문제다. 과다노출의 기준이 모호하고, 마치 공권력이 치마 길이를 재고 긴 머리를 단속하던 유신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찰은 유치장 환경을 개선하는 등 ‘인권친화형 경찰’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편의성과 효율성을 명목으로 한 이번 개정안은 경찰이 인권 문제에 둔감하단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비록 이들 항목이 경범죄에 불과하다 해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을 경찰은 잊어선 안 된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