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지효가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았다. 그동안 주로 브라운관이나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모습을 비췄던 그가 ‘쌍화점’ 이후 주연작을 들고 스크린에 등장한 것은 4년 만이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같은 소속사 식구인 김재중과 호흡을 맞췄다. 극중 봉민정으로 분해 화려한 액션과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그런가하면 약간은 허술한 성격으로 반전 매력을 발산, 웃음보를 자극하기도 한다.
최근 종로구 누하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송지효는 ‘런닝맨’ 속 멍지효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활기 찼으며 때로는 거침 없었다. 그는 거품을 쏙 빼고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늘어놨다.
이번 영화에서 송지효는 ‘원탑’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비중과 연기를 선보인다. 이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절대 원탑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겸손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몇 분들은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절대 원탑 영화가 아니에요. 분량면으로나 연기적으로나 제가 원탑은 아니죠. 저는 늘 항상 상대가 이끌어주는 역을 해왔어요. 아직 그렇게 원탑을 할 만한 역량이 되지도 않고요. 그리고 만약 제가 원탑이라면 다른 분들 분량이 더 적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잖아요. 모두가 조화를 이룬 작품이죠.(웃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거친 액션을 선보였다. ‘썸’(2004)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선보이며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그래서인지 액션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와이어 액션은 ‘자칼이 온다’ 아니어도 평소에 다른 작품으로 많이 접했던 거였거든요. 두 달 정도 연습했던 것 같아요. 몸매관리요? 이번 영화 찍으면서는 정말 관리 안 했어요. 매일 밥 꼬박꼬박 많이 먹고요.(웃음)”
극중 봉민정과 최현(김재중 분)의 로맨스는 눈을 씻어도 찾아 볼 수 없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사람들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극의 웃음코드로 작용한다.
“저는 재중이와 로맨스를 나눴다면 어색했을 것 같아요. 2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친구이기도 하고, 저에게는 JYJ가 늘 귀여운 아이들이거든요. 그런 아이와 멜로를 찍는다면 정말 어색했을 거예요. 또 킬러와 한류스타가 벌이는 에피소드기 때문에 로맨스가 없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송지효는 김재중이 한솥밥을 먹는 식구이기 때문에 확실히 촬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남배우들과 찰떡 호흡을 과시하지만, 과거 ‘런닝맨’ 출연 전에는 낯가림이 심했다고.
“저에게 남자는 두꺼운 벽이었어요. 남자라는 상대와 친해지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죠. 물론 제 낯가림이 한 몫 했고요. 그래서 늘 작품을 촬영할 때는 분위기가 어색하곤 했죠. 오히려 촬영이 끝나고 친해진 경우가 더 많아요. 그 때 되면 늘 후회했어요. ‘이렇게 친한 상태에서 촬영 했으면 더 잘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낯가림이 많이 사라졌죠.”
현재 ‘런닝맨’ 속 송지효에게서는 도무지 ‘낯을 가리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렇죠. 벌써 일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잖아요. 첫 촬영 때는 당연히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적응해갔어요. 지금은 ‘런닝맨’ 멤버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고요. 오빠들이 저를 여자로 보질 않아요. 제 앞에서 옷도 잘 갈아입고요.(웃음)”
늘 즐거운 ‘런닝맨’이지만 송지효는 예능인이기 전에 여배우다. 예능 프로그램 속 이미지가 배우 인생의 걸림돌이 된 적이 없었을까. ‘멍지효’, ‘에이스’ 등 그에게 붙여진 별명도 많다.
“만약 제게 못된 별명이 붙여졌다면 상처가 됐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평소에도 저는 멍한 표정을 지을 때도 많고, ‘런닝맨’ 속 모습들이 다 제 모습이기도 해요. 이전에 제가 악역을 맡았을 때는 대중들이 그 모습만을 기억해 주셔서 힘들기도 했어요. 왠만하면 저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브라운관에서나 스크린에서나 마찬가지로요.”
송지효는 ‘런닝맨’으로 인해 잃은 것은 별로 없다고 했다. 오히려 얻은 것이 많기 때문에 늘 고마울 뿐이다.
“굳이 말하자면 ‘자유’를 조금은 잃었죠. 예전에는 많은 분들이 절 알아보지 못하셔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여행도 가고, 자전거를 타면서 돌아다니기도 했거든요. 지하철 타고 싶으면 지하철 타고, 비오는 날 하염없이 걷기도 했어요. 그런 소소한 자유로움이 없어진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이걸 잃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런닝맨’의 덕을 굉장히 많이 봤어요. 많은 작품들이 찾아와줬죠. 또 인간관계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됐고요.(웃음)”
요즘 대세로 떠오른 송중기 역시 ‘런닝맨’ 출신이다. 송지효는 “요즘 너무 잘 되는 것 같아 정말 보기가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중기의 데뷔작 ‘쌍화점’부터 호흡을 맞춰서인지 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중기는 워낙 노력파고 재주가 많은 친구에요. 선배, 후배도 잘 챙기고 예의도 깍듯하죠. 연기에서도 본인 생각이 뚜렷한 편이에요. 늘 자신감이 넘쳤죠. 물론 그런 모습이 간혹 당돌해 보이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중기의 그런 모습이 참 좋아요. 그 친구가 두뇌회전도 상당히 빨라요.”
송지효는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신세계’를 통해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과 호흡을 맞췄다. 또 홍일점이다.
“유독 제가 출연하는 작품에는 남자배우들이 많아요. 그래서 전생에 나라를 구했냐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남자라는 울타리에서 저 혼자 여자라는 걸 티내고 싶지도 않고, 대우받고 싶지도 않아요.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요. 여자대우를 받으면 저도 여자처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정말 힘들고 외로웠던 적도 있어요.”
스타이기 전에 타인을 배려하는 성품을 지닌 따뜻한 사람이었다. 예능 프포그램 속 모습 역시 가식이 아니었다. 때로는 거침없을 정도로 솔직하게 대중들과 교감하는 송지효. 그렇기 때문에 꾸준한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이 아닐까.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