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홍보의 장·PPL 남발 잡음 흔들리는 개콘 ‘16년 아성’ 넘봐
시간 앞당기고 새코너 대거 신설 MBC, 개그맨 공채도 4년만에 부활
고학력 실업자·정치계 화제 등 시사풍자 개그로 시청자에 호평
“여러분 ‘슈스케’ 보지 마세요~! 어차피 1등은 로이킴이니까요~! ‘슈스케’는 다운받아서 보세요. 어차피 상금은 내 거 아니잖아요~!”
지난 23일 MBC 공개개그쇼 ‘코미디에 빠지다’ 녹화 현장. 일명 ‘바람잡이’ 신인 개그맨이 ‘본방사수’를 신신당부하자 방청석은 웃음으로 화답한다.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SBS ‘고쇼’ 등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대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 ‘코미디에 빠지다’는 시청률 꼴찌다. 지상파가 케이블(엠넷 ‘슈퍼스타K4’)을 견제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주 시청층인 20대를 잡기 위해서라면 버리지 못할 게 없다.
MBC ‘코미디에 빠지다’와 SBS ‘개그투나잇’이 KBS2 ‘개그콘서트’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심기일전 중이다. ‘코미디에 빠지다’는 방송시간을 1시간 앞당겼고, ‘개그투나잇’은 다양한 새 코너를 대거 신설하며 ‘개그콘서트’와 선을 긋고 있다.
‘코미디에 빠지다’는 MBC 코미디 부활의 신호탄 격으로 여겨진다. 방송 7회 만에 시청률은 상승세다. 방청객도 처음엔 50명으로 시작해 이젠 400명 정도로 늘었다. 코너인 박명수의 ‘거성사관학교’를 통해 두각을 드러내는 신인 개그맨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시사풍자 코너가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있다. ‘개그콘서트’에선 ‘애정남’ ‘사마귀유치원’ 등 시사풍자 코너들이 사라졌는데, ‘코미디에 빠지다’에선 우리 사회 어두운 면을 자조하는 ‘블랙’이 상대적으로 짙다.
‘코미디에 빠지다’의 ‘사랑은 붕붕붕’은 부부 갈등을 차 안에서 보여주는 코너다. 황제성은 철딱서니 없는 가장이며, 부인 정명옥과 대화가 되지 않아 딸을 통해 대화한다. 부권(父權)의 상실이다. 또 다른 코너 ‘두 이방인’은 석박사급 고학력 실업자의 삶을 조롱한다. 막노동을 하면서도 온갖 현학적인 대사를 심각하게 나누는 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웃음 포인트다. 최근 새로 올린 ‘네 못난이’는 짤막한 대사를 하다 마지막 반전 있는 대사로 웃음을 유발하는, ‘개그콘서트’의 ‘아빠와 아들’ ‘핑크레이디’류의 허무 반전 개그다. tvN ‘코미디빅리그’의 ‘아3인’으로 인기를 얻은 예재형, 이상준의 ‘최고야’는 방청객과 대화하며 즉석에서 개그 내용을 바꾸기도 하는 등 애드리브가 생생한 코너다.
‘코미디에 빠지다’ 연출자인 김명진 PD는 “방송되는 8개 코너 가운데 비슷한 색깔을 넣지 않으려 한다. 슬랩스틱도 있고 허무, 시사풍자도 있다. 공감대를 주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새로운 코너도 준비하고 있으니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MBC는 올해 4년 만에 부활시킨 신입 개그맨 공채를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김 PD는 “MBC에선 신인이 ‘개콘’보다 빨리 무대에 설 수 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 경험을 쌓게 해서 MBC의 코미디를 살리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SBS ‘개그투나잇’ 역시 풍자색이 짙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지루한 잔소리를 듣는 일상생활을 개그로 풀어낸 ‘사과나무’, 88만원 세대를 위로하는 ‘뻔데기펀’, 매주 정치계 화젯거리를 개그로 접목시키는 ‘짝’ 등이 대표적이다.
이영준 PD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개그는 깊이 있는 개그”라며 “단순한 유행어만 만들고 현장에서 빵빵 터지는 개그보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아 이 개그가 무슨 얘길 하고 싶구나. 무슨 의도를 갖고 있구나’란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PD는 또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인이라도 적극 밀어줄 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다”며 신인 개그맨 훈련에 의욕을 드러냈다.
여전히 20% 안팎의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는 ‘개그콘서트’는 ‘연예인 홍보의 장’ ‘간접광고(PPL) 남발’ ‘낮은 출연료’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쟁 프로그램의 초심(初心)이 16년 아성을 흔들리게 할지 모를 일이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