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이탈리아 검찰이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를 기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신평사가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부당하게 강등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심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탈리아의 미켈레 루지에로 검사는 시장조작 혐의로 S&P 전·현직 직원 5명과 피치 직원 2명을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기소된 인물 중에는 2007~2011년 S&P 대표를 지낸 데번 샤르마와 피치의 데이비드 라일리 최고운영책임자(COO)도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두 신평사는 지난해와 올초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때 공식 발표에 앞서 정부에 12시간 전에 알리지 않았고, 유럽 증시 개장 중에 이를 발표해 이탈리아의 이미지와 명성, 신용을 흔들고 국채 가치를 떨어뜨리며 유로화 가치 하락을 기도하는 등 시장을 교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평사에 대한 유로존의 비판은 항상 제기돼왔지만,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해 사법처리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검찰이 보복성 수사를 위해 칼날을 들이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탈리아 남부 도시인 트라니 소재 검찰청은 3대 신용평가사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지난 2010년 소비자단체들이 제소한 이후 2년간 수사를 광범위하게 벌여 왔다. 단 검찰은 무디스는 혐의가 없다면서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사법 제도 내에서 검찰 기소가 최종 확정되려면 몇 달후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이 진행된다 해도 피고인이 모두 이탈리아 밖에 거주하는 만큼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S&P는 성명에서 “우리의 역할은 공적이고 투명한 방법으로 책정한 신용도에 대해 독립적 의견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실익도 없다”며 반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