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김지영 주연의 영화 ‘터치’가 개봉 일주일도 안돼 극장 간판을 내렸다. 제작사 민병훈 필름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차상영에 관한 문제점을 제기하며 서울 한곳을 포함해 전국 12개 스크린에서 하루 1~2회 교차상영은 의미가 없다며 배급사에 종영을 통보했다.
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성공으로 인기를 구가하는 유준상 주연에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작품이기에 제작사측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관객들도 이른 종영에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터치’는 교차상영의 피해자로 전략했으며 제작사측은 영화진흥위원회에 불공정거래신고를 마친 상태다.
현재 미국에서는 워너브러더스나 20세기 폭스사 등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6대 메이저 영화사들은 극장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정해놓고 있다. 법적 규제가 없다면 할리우드 영화마켓은 메이저 영화사들의 비즈니스 독과점으로 마치 한국처럼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게 될 지도 모른다.
미국영화에서 볼 수 있는 변화는 대형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시장 잠식보다는 세계 영화자본의 유입 허용과 작은 영화라도 상업주의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데 있다. 그러나 한국 영화산업의 배급시스템은 여러 모순점에 직면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CJ와 롯데가 영화산업에 뛰어들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수직통합으로 투자, 배급, 제작에 관여하며 영화시장을 지배하는 구조가 됐고, 요즘처럼 흥행스코어가 절대적 중요사안으로 떠오른 시점에 대기업들이 파워를 내세워 힘의 배급을 하고 있다는 점이 많은 영화인들에게 문제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도 저예산 영화로는 59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대기업의 극장 독과점과 교차상영에 대한 영화산업 구조의 어두운 현실 앞에서는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종영됐다. 소형 영화사 관계자들은 작품성있는 저예산 영화들의 상영기회를 박탈하고 거대 배급사들이 배급하는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지배는 중단돼야 하며, 상영시간을 제한하며 한관에서 교차상영 되는 풍습은 사라져야 된다고 입을 모은다.
2012년 한국영화계가 최대 호황을 맞은 가운데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국내 4대 배급사가 배급한 영화들의 흥행실적만 봐도 이들의 항변을 이해할 수 있다. 4개 배급사의 2012년 상반기 점유율은 95%에 이른다. 거대 메이저 배급사들이 중·저예산 규모의 영화 배급에도 나서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사실도 이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형 배급사와 중소 배급사와의 빈익빈 부익부 편차가 심해지고, 저예산 영화같이 작은 영화들은 설 곳을 잃어가며 영화산업 양극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영화 제작, 투자, 배급 등 자본이 투입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대기업의 적극적 참여도 걱정스럽지만, 그렇다고 가장 큰 문화아이콘으로 성장한 영화산업에서 정부도 뚜렷한 제재를 하지 않는 모양새다.
교차상영과 대기업의 극장 독과점의 피해자는 자연스럽게 관객으로 이어진다. 탄탄한 플롯과 볼 것이 많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발걸음을 누가 멈추겠는가. 그러나 작은 영화들의 상영기회를 확대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산업구조를 개편시키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며 영화인들의 책무다.
정부는 스크린쿼터를 통해 외국영화를 줄이고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화하는 영화진흥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내에서 제작되는 작은 영화들의 많은 스크린 확보, 다음 세대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영화환경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업영화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저예산 영화들이 권리와 기회를 부여받고 영화산업이 양적, 질적으로 탄탄한 경쟁 구도로 갈 수 있는 선진화된 환경 대책 마련부터 초점이 되야 할 것이다.
▲ 사진=이호규 서울호서전문학교 언론홍보팀장
-영상예술학과 박사과정 -한국전문기자협회 전문위원 -미스코리아 경북 심사위원 -한국연기예술학회 정회원 -한국예술교육학회 정회원
이호규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hoseo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