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 상생(相生)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따라붙고 있지만 의도와 결과가 늘 맞아떨어지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최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사업영역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만만치 않다. 대기업 영역에 중소기업이 끼어들기는 하늘의 별따기지만, 자본력과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그것까지 넘보는 일은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영역 침범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흔히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틈새시장’ 개척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자본도 없고, 인력도 없고, 판로도 어려운 중소기업에 ‘아이디어’만이 자산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내 자산을 어느 곳에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판단만 잘 하면 대기업이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나만의 시장을 가질 수 있다.

틈새시장은 중소기업에 대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찾아내야 한다. 틈새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은 작지만 그 분야에서는 최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진입하기에는 시장규모가 작고, 나만의 특화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틈새를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대기업이 하기엔 집중기술이 부족하거나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여기는 분야일수록 중소기업에는 기회다.

경동나비엔의 경우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스배관 압력이 낮아 순간식 온수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배관공사라는 거추장스러운 작업이 필요하다. 기존 대형 업체는 채산성과 기술력을 문제로 포기했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경동은 세계적 보일러기업이 경쟁하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잘하는 콘덴싱 순간식 가스온수기를 출시, 단가를 낮추고 기술력을 앞세워 기존의 시장구조를 무너뜨렸다.

필자가 일하는 산업용 플랜트기업 웰크론한텍도 가장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틈새시장에 뛰어들었다. 에너지절감설비, 식품제약설비, 환경설비, 담수설비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웰크론한텍은 최근 산업용 플랜트 종합건설이라는 신규 시장을 창출했다. 산업용 제조설비에 대한 발주만 내리던 고객사를 대상으로 각 플랜트에 최적화한 건설시공을 일괄수행하게 된 것이다. 대형 건설시장은 국내외 대기업이 선점해 경쟁이 치열한 반면 산업용 플랜트 건설 시장은 아직 기회가 많다는 판단이었고, 그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해 말이 많다. 동반성장도 중요하지만 실제 두 부류가 경쟁 상태에 맞닥뜨리게 되면 ‘다윗과 골리앗 대결’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새시장을 파고들려는 지속적인 중소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수반된다면 대기업에 견줄 만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시장점령과 불합리한 하청구조에 대해 불평하거나, 내 편을 들어달라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기술중심으로 살 길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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