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시까바(브라질)=김대연 기자]현대차는 지난 7~8월 임금협상 기간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약 8만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 3분기 내수 판매(39만2107대)가 파업이 없었던 지난해 3분기(44만4005대) 대비 11.7% 감소했다. 반면 해외공장 판매는 지난해 3분기 54만7689대에서 올해 60만2060대로 11.1% 증가함에 따라 국내공장 생산차질 분을 만회, 올해 3분기 글로벌 전체 판매 실적을 0.9% 성장시켰다.
지난 3분기 노조의 파업으로 극심한 생산차질을 겪었던 현대차가 경영실적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해외공장의 역할이 컸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9일(현지 시각) 중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에 현지공장을 준공, 10년 간 추진해 온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최종 완성한 것도 이 같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7개국, 10개 공장 생산...글로벌 강한 내성 확보= 현대차는 지난 2002년 이후 중국, 미국, 인도, 체코, 러시아를 비롯 이번 브라질 공장까지 글로벌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생산 기지를 꾸준히 확대, 글로벌 7개 국가, 10개 공장에서 총 265만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의 전 세계를 아우르는 해외생산 기지는 그 동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것으로, 이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도 유연한 생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특히 어느 한 공장이 파업이나 재해 등으로 정상가동이 안 된다 하더라도 글로벌 생산 시스템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강한 체질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통한 소비자 및 딜러와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라도 글로벌 현지공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해외 현지공장이 없다면 국내공장의 파업이나 재해 상황은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차량 공급이 중단됨을 의미한다. 또 현대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은 차량 공급이 원활치 않으면 수익성에서 직격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국내 생산 모델 수출 확대 상승효과= 현지 공장 건설로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면 자연스럽게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대형차나 고급차의 판매 증가로도 연결되는 등 전에 없었던 기회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현대차는 2002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2.2%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5.1%까지 상승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앨라바마 공장 가동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의 향상이었다. 특히,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한 쏘나타, 엘란트라 등의 판매호조는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의 상승과 안정적인 딜러망 유지를 가능하게 했고, 현대차가 제네시스, 에쿠스를 앞세워 미국 고급 대형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차는 러시아에서도 현지 공장 건설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공장 건설 이전에는 소형차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으나, 러시아공장 건설을 계기로 대형차 에쿠스를 러시아시장에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1년에 230대에 불과했던 에쿠스 판매대수는 러시아시장에서 ‘쏠라리스’의 높은 인기와 함께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는 이미 9월까지 판매량이 작년 연간 판매량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영국자동차 산업 몰락에서 배운다= 지난 2005년 101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MG로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50년대 만해도 영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대 자동차 생산국이었으며,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라고 자랑할 만큼 자동차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MG로버를 끝으로 영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자동차 회사는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게 됐다.
영국자동차산업이 몰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영국정부의 자동차 산업 지원정책에 따라 각 자동차 업체들이 소규모 공장을 여러 고실업 지역에 건설하고 자국 외 다른 국가에 공장을 건설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을 첫 번째로 꼽는다.
또한 각 메이커들이 보수적인 성향의 영국 소비자들을 위한 차를 만드는데 집중하면서 영국 이외의 지역의 소비자들의 취향과 규제 변화에는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자동차 산업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국 시장만 바라보다가는 영국의 사례와 같이 몰락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 업체들의 해외공장 생산 비율은 도요타 60%, GM 79%, 혼다 72%, 폭스바겐 70%, 닛산 75% 등 이다.
▶브릭스 4개 시장 공략기지 완성= 이번 브라질 공장 가동으로 현대차는 브릭스 지역 4국가 모두에 현지 공장을 갖추게 됐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로 대표되는 브릭스 국가의 자동차 수요는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 단일 국가로는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등극했으며, 브라질은 2010년 이후 독일을 제치고 세계 4대 자동차 시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어 인도는 지난해 프랑스를 제치고 6위에, 이어 러시아는 7위를 차지하고 있는 등 브릭스 4개 국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 10위권 내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브릭스 4개국의 판매량은 2515만여대로 전 세계 자동차 수요의 34.1%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또한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수요가 불과 4.8% 성장한 데 반해 브릭스 4개국의 판매는 이 보다 높은 8.5%의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현대자동차가 선전하고 이유 중 하나가 현지 공장을 건설한 브릭스 시장에서 판매 우위를 계속 이어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지화로 무역장벽 뚫는다=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워 질 수록 각 국가들은 자국 경제 보호를 위해 관세 및 비관세 등 각종 무역장벽을 활용하게 된다. 특히 브라질과 중국 등 브릭스 4개국의 관세, 세금 등 통상장벽은 현지 공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절대 넘을 수 없을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현대차가 이번에 공장을 완공한 브라질만 해도 완성차 수입관세는 35%이며, 여기에 공업세가 배기량에 따라 7%~25%, 상품세 12%, 사회기여세 11.6% 등이 부과된다. 이에 더해 현지 생산차량이 아닌 차량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업세율에 30% 포인트가 추가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세금으로 인해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수출되는 준중형 모델 아반떼의 경우 브라질 현지에서 세금을 포함해 7만5000헤알(원화 약 4300만원)에 팔리고 있다. 현지공장을 갖춘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GM, 폭스바겐, 피아트, 도요타 등 글로벌 주요 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이곳 브라질에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 남반구 첫 공장...중남미 공략 교두보 확보= 현대차 브라질 공장은 현대차 해외공장으로는 처음으로 지구 남반구에 위치한다. 남반구 중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남미 시장은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첫 수출을 시작한 뜻 깊은 지역으로, 현대차는 지난 1976년 에콰도르에 포니 5대를 수출하며 해외시장에 본격 뛰어 든 바 있다.
이후 30년만인 지난 2006년 중남미 지역 누적 수출 100만대를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불과 5년 만에 수출 200만대를 달성하는 등 현대차의 급속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중남미 국가들의 최근 심해진 각종 수입규제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품질의 신차와 현지 밀착형 마케팅 전략 등을 통해 올해 목표인 26만4000여대를 중남미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완공한 브라질 현지공장을 통해 중남미 최대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 현지 수요를 적극 대응하는 한편, 높아진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을 앞세워 중남미 전체 자동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편 중남미 자동차 시장은 2009년 506만대 수준에서 2010년 588만대, 2011년 643만대에 달했으며 올해는 669만 여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