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檢警)갈등에 대한 청와대의 방관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컨트롤 타워’로서 청와대가 전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청와대로서도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는 데다, 내곡동 특검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계속되고 있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다.
12일에도 이명박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검경 갈등에 대한 현안보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전일 순방에서 귀국한 이 대통령을 하금렬 대통렬실장과 경찰을 총괄하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마중 나와 현재 진행상황에 대한 보고는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종합하면 현재 진행상황에 대한 보고는 받은 것을 보인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가 검찰과 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잃다보니 갈등이 심해지는 양상에 섣불리 끼어들었다가 효과는 없고, 체면만 구길 처지에 빠질 위험이 있다. 청와대의 최고 ‘무기’는 인사권인데,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 모두 내년 이 대통령의 임기종료와 함께 어차피 퇴임할 처지다. 임기가 100일 가량 밖에 안남은 상황이다보니 인사권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오히려 임기말 소속기관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해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깊은 상상만 심어줄 수 있다면 ‘장렬히 전사’하는 것도 꺼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 지난 해 6월 검경갈등이 불거진 데 대해 이 대통령이 “한심하다”고 평가하자,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사표를 내며 정변으로 맞받아쳤다. 작년말에도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검경 수사권 갈등에 대해 한 때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의 ‘제 코가 석 자’인 것도 또다른 이유다. 검찰을 관할하는 민정수석실은 현재 내곡동 특검을 담당해야 하고, 경찰청장 출신의 어청수 경호처장은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할 처지다. 특검은 현재 대통령부인 김윤옥 여사 조사, 수사기간 연장, 경호처 압수수색이라는 세 장의 공격카드를 잇따라 꺼내들어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법적으로 청와대가 세 카드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특검 수사를 회피하려한다는 정치권과 여론의 역풍을 감수해야한다. 12일 청와대가 김 여사의 서면조사에 합의한 것도 이같은 부담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수사기간 연장은 ㈜다스에 대한 수사확대 여지를 열어 주므로써 이 대통령이 퇴임 후 ‘BBK사건’ 등으로 다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가장 민감해하는 사안이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