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에…인사 시즌에…대선 국면에…
설비 투자서 제품 출시까지 결재 올리면 일단 보류…보류… 내년 신제품 방향성까지도 함구
12월 인사철 앞두고 주요 인사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 분위기 팽배
재계 양대산맥인 삼성과 LG가 어느해 보다 조용한 11월을 보내고 있다.
예년 같으면 다음 해 사업ㆍ전략 준비와 성수기를 맞은 전자분야의 영업 등으로 결재라인이 24시간 가동되는 등 역동적일 시기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잔뜩 웅크리고 있다.
기록적인 불황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 거기에 코앞에 닥친 그룹 내 인사라는 3대 변수가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풍경이다.
양 그룹 모두 우선은 내년도 사업 방향을 잡는 데 상당히 조심스런 모습이다. ‘성장이 곧 생존’인 기업인 만큼 “내년에도 달린다”는 대명제만큼은 명확하지만, 크게는 설비 투자부터 작게는 제품 출시까지 전반적으로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러다 보니 새 사업을 벌이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새 사업 보고서를 위에 제출하면, ‘일단 스톱’ 사인이 떨어진다는 게 실무 라인의 고백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안 좋은 데다 인사를 앞두고 있어 괜히 리스크가 있을지 모를 신규 프로젝트 발굴은 자제하자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기존 사업도 감속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6월 착공한 화성 반도체공장 17라인의 완공 시기를 늦추기로 하고 공사를 잠정중단했다. 당초 17라인은 20나노와 14나노의 최첨단 공정을 적용해 2014년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생산할 계획으로 내년 말 완공 예정이었지만, 시장 불확실성과 애플과의 불편해진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속도조절로 방향을 틀었다. 삼성그룹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돼 있는 이건희 회장의 취임 25주년에 특별한 행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10대그룹 임원은 “특히 정치권에서 여느 때보다 강경한 수위의 경제민주화가 논의되고 있어 당분간 통상적인 투자를 제외한 불필요한 액션은 자제한다는 게 재계 전체적인 흐름”이라고 했다.
다만 내년도 경영환경 예측과 대응책 준비는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미국 대통령 선거와 중국 지도부의 세대교체는 물론,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 대통령 선거가 어떤 경제 환경을 만들지를 예측하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다.
삼성이나 LG가 ‘정중동’인 것은 무엇보다 12월로 예정된 인사와 관련이 크다. 예민한 시기인 만큼 임원들이 입단속이나 몸단속에 나서는 모습이 역력하다. 괜히 주목받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인사 시나리오는 봇물을 이룬다. 삼성의 올해 인사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시기에 잘 뛰고 있는 말들을 바꿀 필요 있나’는 견해가 그룹 수뇌부의 공감대라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모 계열사 사장이 인사 전날 해외출장을 떠났다가 당일 복귀했을 정도로, 삼성의 인사는 ‘열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전례가 있는 만큼 눈과 귀를 인사 쪽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결재 책임자인 임원들이 결재를 스톱시키는 일이 자주 있다는 것이다.
LG 임원 역시 어느 해보다도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달 구본무 회장이 “임원인사에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시그널을 강하게 던짐에 따라 그 파장이 본인에게 튈 수 있음에 대한 긴장이다.
임기 3년이 돼 교체 타이밍이 찾아온 일부 사업부문장들에 대한 인사가 예상되는 수준이지만, 일각에선 “누구나 인사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상ㆍ홍승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