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감시 피해 한 대 피우고 양치에 가글, 세수하고 로션 발랐다고 완전범죄일까. 회사는 잠깐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내 아이, 내 가족에게는 절대 아니다.
‘3차 간접흡연(Third-hand smoke)’은 담배가 연소된 뒤 잔류한 담배 연기로 인한 오염을 뜻한다. 피부, 의류, 머리카락, 신체는 물론 자동차 내부, 휴대전화, 지갑, 소파, 가구, 장난감 등등 흡연자가 접촉한 모든 것에 수시간 내지 수일간 잔류되는 담배의 독성물질 집합체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영유아 및 청소년은 호흡이 성인에 비해 빠르고 먼지가 많은 바닥 등 표면과 가까워 어른이 흡입하는 먼지의 양보다 배 정도 많이 흡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0분의 1 정도 가벼운 아이들의 몸무게를 고려하면 신경계 및 호흡기 쪽으로 어른보다 20배 더 치명적인 미세먼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만 피운다”, “베란다에서 피우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집 안에서 흡연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 가운데 흡연자가 있으면 집 안의 미세먼지나 니코틴 농도가 비흡연자만 사는 가정보다 높다는 연구는 차고 넘친다.
우선 니코틴은 카펫 등 섬유류, 페인트가 칠해진 벽 등에 잘 흡착돼 흡착률이 철 표면과 비교해 2~3배 강한 것으로 측정됐다. 특히 니코틴은 실내 먼지에도 흡착해 20일이 지난 뒤에도 40%가 잔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비록 집 안에서 흡연하지 않더라도 해당 가정의 신생아 소변에서 검출된 니코틴 분해산물의 농도가 비흡연자 가정에 비해 5~7배 높았다. 아파트 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집으로 들어온 흡연자가 귀엽다며 아이를 안는 순간, 아이는 3차 간접흡연에 노출된다는 설명이다.
단기간이지만 흡연자의 기관지와 폐에 남은 담배 연기는 주변 공기를 오염시킨다. 흡연 후 호흡하며 초극미세입자가 나오는 시간은 평균 1분이고, 이후 14분가량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즉, 흡연자의 폐 속에 남아 있던 벤젠 등이 지속적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주변 사람과 얘기하는데 그의 입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면 3차 간접흡연을 한 셈이다.
실내 곳곳의 표면에 흡착된 니코틴은 공기와 반응하며 발암물질도 생성한다. 실험실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셀룰로오스 물질을 공기 중 아질산과 3시간 접촉시키자 발암성 농도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가족과 놀러간 노래방에서 담배 연기 밴 냄새가 난다면 마찬가지로 3차 간접흡연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지하 흡연장이 사라졌다고 투덜대다가 갓 돌 된 아들이 걱정된 나한대 씨는 “신생아 소변에서 니코틴이 검출됐다는데 어떻게 더이상 담배를 피울 수 있겠느냐”며 “회사에선 금연령 뚫고 담배 피우는 직원을 ‘용감한 녀석’ 취급했는데 이젠 진짜 금연해서 ‘용감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