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LG그룹 임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구본무 회장이 “임원 인사에 강력한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시장선도의 승부수와 함께 띄운 이 강력한 톤의 새 인사스타일 앞에서 임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LG그룹의 임원세미나에서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는 경영진은 철저히 실적으로 평가하겠다”며 엄격한 성과주의 임원 인사를 도입할 것임을 밝혔다.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 구 회장이 임원들을 다그치는 경우야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의 언급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그룹 내부의 분위기다. 그룹 철학인 ‘합리적 인화’는 계속하되, 철저하게 실행력을 보겠다는 구 회장의 뜻은 강력해 보인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모든 사업을 맡고 있는 경영진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한 성과주의 인사 평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장선도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최고경영진은 언제든지 퇴출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LG그룹에서는 지금까지는 거의 없었던 일이다.

LG그룹에서는 그간 큰 과오가 있는 경우라도 임기 중 임원을 교체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특히 계열사 사장들의 경우 대다수는 3년간의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 지난 2010년 LG전자의 경영위기가 심각해지자 당시 남용 부회장이 물러나고 구본준 부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였다.

이를 감안하면 혁신과 선도에 대한 구 회장의 의중이 얼마나 강경한지 짐작이 간다. 그렇다 보니 당장 12월에 있을 임원 인사 때 구 회장이 언급한 성과가 부족한 임원들의 자리는 위태로울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번 LG그룹의 임원세미나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분기에 한 번 열리는 게 통상적이었는데, 이번엔 긴급하게 열린 일종의 ‘번외 세미나’였다. 임원들에게도 세미나 개최 사실이 지난주 늦게 긴급하게 공지됐다.

평소 같으면 “수고가 많다”는 말로 시작해 5분 정도면 끝날 구 회장의 스피치는 이날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라”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시장 선도사업을 창출하라”였지만, 가장 강조된 부분은 임원들에 대한 것이었다.

구 회장은 시장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임원들의 의지와 실행력 부족을 질타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하면서 “직원들이 임원들에게 보고하고 회의하느라 야근한다”며 느슨하고 복지부동인 업무 문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룹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임원들을 이렇게까지 다그치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구 회장이 임원을 채근하는 것은 더 이상 말로만 하는 업무는 한계가 있고, 구체적인 1등 창출 작업에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혹독한 독려로 보인다. 1등이 아니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전파하기 위해, ‘허허’ 웃는 모습을 벗어난 구 회장의 제2의 독한 승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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