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 블루스 밴드(고일환 지음/스테이지팩토리)=김정일은 생전 통치 수단으로서의 음악예술을 중요시했다. 둘째 아들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에릭 클랩튼의 콘서트를 관람한 것과 김정일이 핑크플로이드의 팬이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저자는 사실에 가까운 픽션을 써내려갔다. 이야기는 2011년 남한 청년 고진석이 우연히 선물받은 광명성악단의 레코드로 시작해 1970년대 청년 김정일이 광명성 블루스 밴드를 결성한 이야기, 레코드에 집착하는 남한 재벌 2세, 남파간첩의 이야기, 일본 록밴드의 북한 공연 등 프랑스와 한반도를 오가는 스토리가 어지럽게 전개된다. 소설은 김정일의 ‘음악예술론’과 각종 언론 보도 등으로 사실성을 부각시켰으며, 60년대 말 사이키델릭 록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도 드러난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배척하면서도 민중 선동을 위해 서구음악을 도입했다는 북한체제의 아이러니를 실감나게 그렸다.
▶한권의 책을 위하여(김언호 지음/한길사)=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한 한 인문주의자의 노력을 담은 이 책은 출판인 김언호가 생각하는 책으로 만드는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5년 자유언론실천운동에 참여했고 1976년 한길사를 창립, 36년째 책 만들기에 한길을 걷고 있는 그는 지금껏 2700여권의 책을 기획ㆍ편집하고 디자인했다. 김언호는 검열로 어려움을 겪었던 80년대를 보내고, 문학인을 위한 마을 헤이리와 파주출판문화산업단지 조성에 힘을 보태며 책 만들기에 힘써왔다. 출판인으로서 그의 인생을 담은 이 책은 독자와의 대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눈 인문도서 출간에 관한 그의 생각, 일본의 고서점을 보고 그가 느낀 것, 세미나와 연설, 강연회에서 밝힌 출판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비전 등이 드러나 있다.
▶유학, 시대와 통하다(김교빈 외 7인 지음/자음과모음)=기술의 발전으로 물리적 시공간의 차이는 줄어들었지만 사람 사이의 교감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자 인문학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까지 고물(古物)로 치부돼 온 유학이 보물(寶物)로 새롭게 재인식되고 있다. 이 책은 유교의 현대적 대중화에 뛰어난 학자를 중심으로 연구팀을 구성해 현대사회의 주요 영역별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집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날의 리더십, 삶과 죽음, 생태환경, 가족, 문화, 공동체사상, 자본주의 등 이 시대의 문제를 범주화해 주제별로 동양 고전에서 문장을 발췌해 실은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구성은 유학이 지닌 현대적 의미의 보편적 가치와 한국의 대표 정신 유산인 유학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를 돕는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2(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민음사)=소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프루스트의 걸작.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독특한 서술방식을 통해 인간 내면의 풍경과 시대상을 정밀하게 그려낸 이 작품이 프루스트 전공자의 번역으로 완역됐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모두 7편에 이르는 연작으로 2013년 ‘스완네 집 쪽으로’ 출간 100주년을 맞아 먼저 출간됐으며, 민음사는 전권 완역 출간을 준비 중이다. 짧고 간결한 요즘 글쓰기 추세에 비춰보면 행동과 이면, 생각의 충돌 사이를 길게 오가는 서술이 장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나 디테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특히 길고 난해한 프루스트 문장을 최대한 존중, ‘텍스트의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낸 번역은 번역본의 정본을 삼을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