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10년 만의 지도부 교체를 한달 앞둔 베이징 정가에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모종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차기 권력의 인사를 진두지휘하고, 당의 업무 전면에 나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갑자기 실종된 것이다. 이미 열흘째다.
5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 전격 취소로 불거진 그의 ‘신변이상설’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됐다. 당초 운동 중 가벼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뒤이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중문사이트 보쉰닷컴은 교통사고의 배후에 그의 ‘정적’(政敵)인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추종자들이 있으며, 허궈창(賀國强)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도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공산당 감찰기구 총수인 허 서기는 보시라이 연행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두 사람의 사고 배후에 보시라이가 있다는 설에 신빙성을 더했다.
보쉰닷컴은 보시라이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해 중국 내 권력암투를 국제 이슈로 부각시킨 반중국 사이트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시진핑 교통사고 보도 얼마 후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이어 11일 시진핑 부주석이 교통사고 때문이 아니라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 준비로 과로한 나머지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해 혼선을 야기했다.
하지만 중국 정가의 수상한 점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밤 베이징발 뉴욕행 CA981편 보잉747 여객기가 이륙 7시간 만에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으로 회항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중국 공안 관계자는 미국 당국이 테러 위협 정보를 알려와 회항했으나 안전 검사 결과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 얼마 후 둬웨이왕 등 반중국 사이트는 상하이방에 대한 고급정보를 갖고 있는 후이량위 부총리의 비서를 검거하기 위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측이 비행기를 강제 회항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사흘 뒤인 1일 후 주석의 최측근인 링지화(令計劃) 중앙판공청 주임이 통전부장으로 좌천됐다. 링 주임은 차기 정치국원 진입이 확실시되던 인물이다. 후 주석이 퇴임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를 고위직에 임명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했기에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모든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앞두고 지도층 내 파벌간 권력 암투가 극으로 치닫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보쉰닷컴은 “만약 시진핑 부주석이 언론의 추측대로 암살테러를 당한 것이라면 권력 투쟁이 이미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 ‘전시상태’에 들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례없이 심각한 이번 권력 싸움은 중국 정권 붕괴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 최고 지도부는 18차 당대회가 겨우 한 달 밖에 안 남은 가운데 정치국 상무위원 수를 기존의 9명에서 7명으로 바꾼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뭔가 정리가 안되고 있는 분위기다. 게다가 아직 당대회 날짜도 정해지지 않아 행사가 예정대로 치러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10년 만의 권력 교체를 앞두고 무협지를 방불케하는 암투가 벌어지는 중국 정치판을 두고 “현재와 같은 불투명한 권력 이양이 수명을 다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 모든 의혹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확인을 거부, 의혹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베이징 외교가 일각에선 “시 부주석 측이 클린턴 장관 측에 면담취소를 통보를 했을 때 허리 부상을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체로 시 부주석이 신체 일부를 다친 것이 아닐까”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혼돈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박영서ㆍ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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