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은행권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에 대해 감독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대립하고 있다.
재정위기 해법으로 꼽히는 유로안정화기구(ESM)와 신재정협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져, 유로존 위기 해결의 열쇠를 거머쥔 독일 내 여론 분열상이 심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독일 내 주요 은행들이 ECB가 중ㆍ소형 은행을 비롯해 가능한 많은 은행에 전면적인 감독권을 가지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ECB가 역내 대형 은행만 감독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입장에 배치된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부는 지난달 ECB가 유로존 내 6000개 은행에 대한 광범위한 감독권을 갖는 법안을 잠정 합의했으며, 12일(이하 현지시간)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이 승인되면 ECB는 유럽 각국의 은행을 폐쇄하거나 구조조정을 명령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는 셈이다.
유럽의 돈줄인 독일 정부는 ECB가 전면적인 감독권을 갖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대형 은행과 소형 은행을 구분해 중요한 몇몇 은행만 감독해야 한다”며 “ECB가 자체적으로 역내 6000개 은행을 감독할 능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 내 주요 은행들은 독일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위르겐 피첸 도이체방크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4일 “독일이 모든 은행에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는 이번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몇몇 나라에 예외를 적용하는 빌미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ECB의 은행감독권 보유는 유럽의 ‘은행동맹’으로 가는 첫 관문으로 해석되는 방안.
FT는 독일 등 유로존 주요 나라에서 은행동맹에 대한 여론이 양분된 만큼, EU 집행부가 이른 시일 내에 은행감독권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독일 내에서 유로존 상설 구제금융기금인 ESM과 신재정협약을 반대하는 헌법소원에 참여하는 시민의 숫자가 급증해, 독일 헌법소원 사상 최대 참여인원을 기록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독일 좌파 정당과 일부 학자 및 시민연대의 주도로 제기됐으며, 독일 헌법재판소가 오는 12일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반면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3일 “헌재가 유로존의 위기 타개책을 가로막지는 않을 것”이라며 합헌 결정이 내려질 것을 확신한 바 있다.
<권도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