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일본 자동차업체의 대규모 물량공세와 국내 현장 파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위기극복 경영코드가 명확해졌다. 바로 현지시장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한 ‘품질 대강화론’이다. 이는
MK(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 직접 미국 방문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에 담겨 있다.
물론 정 회장이 품질강화를 얘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현대차그룹을 글로벌자동차업체로 우뚝세운 것이 바로 품질제일주의라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이번 미국발(發) ‘MK 품질론’은 일본업체 리스크, 파업 리스크와 맞물린 상황에서 더욱 절실해 보인다.
정 회장이 22일(현지시간) 3교대제로 전환돼 생산물량이 확대되고 신차종이 투입된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을 시찰하며 품질을 집중 점검하면서 “미국시장에서 제값을 받으려면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정 회장의 품질강화 주문은 불안정한 경기흐름과 파업으로 인한 국내 상황을 정공법으로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품질’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중이 바탕에 깔려 있다. 최근 파업으로 인한 물량공급부족과 일본업체의 물량공세에 밀려 미국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의 반영이다.
2002년 2.6%였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8.9%까지 올라가며 미국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았지만, 파업 여파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쇄도하는 현대ㆍ기아차 딜러들의 주문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딜러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센티브가 줄어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팔 차가 없다”며 물량 공급을 요청 중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재고일수 역시 최저수준이다. 오토모티브뉴스 조사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8월1일 기준으로 재고일수가 한 달에 미치지 못했다. 재고일수가 최소 두 달은 돼야 딜러에서 정상적인 전시 및 판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일부 딜러들은 전시할 차도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품질에 기반한 모멘텀 강화를 지시한 것은 주목된다. 일본 업체들의 물량공세에 현대ㆍ기아차가 추진하고 있는 ‘제값 받기’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 회장은 기아차 조지아공장의 품질 점검에 이어 미국 조지아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접견하며 민간 비즈니스 외교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조지아주 주지사 공관에서 네이슨 딜 주지사를 만나 상호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방문한 색스비 챔블리스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접견했다. 색스비 챔블리스 상원의원은 정 회장과 함께 공장을 돌며 “기아자동차는 미국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며 “이러한 기아차의 성공은 정 회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단합해 품질향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아차 K9이 미국시장에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의정활동용 차량을 K9으로 교체하겠다”며 기아차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정 회장은 “기아차는 앞으로도 지역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일본 경쟁업체들이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현대ㆍ기아차를 위협하고 상황에서 정 회장은 위기극복 현장행보를 위해 지난 20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