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 올 연말 대선에 출마할 대통령 후보를 뽑겠다는 민주통합당의 경선과정이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민주당은 경선흥행을 통해 자당 후보의 인지도와 경쟁력을 끌어올려 2002년 당시 ‘노무현 드라마’를 재연하겠다며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캠프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막장 드라마’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유령당원과 대리접수 논란 등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흥행참패로 끝난 2007년 경선의 꼴의 재림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26일 오후 울산 종합체육관에서 열려던 두 번째 순회경선을 앞두고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25일 제주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6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가운데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측은 일제히 모바일 투표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네 후보의 이름을 모두 들어야 유효표로 인정되는 모바일 투표 안내멘트가 기호 1, 2, 3번(정세균, 김두관, 손학규)보다 4번인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제주 경선 투표율이 55.3%라는 저조한 기록을 남긴 것도 투표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모바일 투표방식 변경, 이미 실시된 권리당원과 제주 모바일 투표 재실시 등을 요구하며 울산 경선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의 선거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 선관위는 비문(비문재인) 측 캠프가 모바일 투표의 문제점을 제기하자 처음에는 6·9 전당대회 때도 지금과 똑같은 방식이 적용됐다며 경선룰이 후보 기호를 추첨하기 전 마련됐기 때문에 특정후보에 대한 유불리 여부는 전혀 감안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울산 경선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당 선관위는 모바일 투표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김승남 선관위 간사는 26일 김해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울산 경선부터 네 후보의 이름을 끝까지 듣고 투표하지 않을 경우 무효처리된다는 것과 안내과정에서 ‘삐’ 소리가 난 이후에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성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가 캠프에서 이의가 제기되자 뒤늦게 제도를 바꾼 모양새다.
당 선관위는 또 제주 모바일 투표의 기록파일을 검증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갈등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문후보 측 관계자는 “당 선관위가 제시한 보완책은 근본적 해결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불공정한 경선룰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선 참여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경선전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대선 본선에 가기도 전에 민주당 후보의 ‘내상’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3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지상파 TV 합동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여실히 확인됐다. 이날 토론회는 모바일 투표의 향방을 가를 첫 승부처로 후보 간 가차없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당 내에서는 “아군끼리 피를 흘려 본선에 오르기 전에 내상을 입은 꼴”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부각된 토론”이라고 평가했다.
김윤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