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뻬입은 젊은여성 ‘촌티스타일~’ 스키니입은 남자들 ‘날티스타일~

마니아적이고 소수의 취향으로 머물던 스타일이 대중을 파고들었다.

마치 할머니의 ‘몸뻬’ 같은 파자마 바지를 입은 여성. 기타를 하나 메어도 어울릴 ‘로커’ 차림의 소년,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어보이는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검게 그을린 듯한 눈화장)의 10대 소녀들….

취향에 우열 가름은 불편하다. 하지만 보편적인 미의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처럼 굳이 장르를 입힌다면 ‘B급 패션’이다. 패션은 문화 전반에 퍼지고 있는 ‘B급 정서’와 그로부터 발현된 ‘B급 문화’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개체이자 지표이다.

B급 문화가 패션을 통해 수면위로 드러난 역사적 증거는 영국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펑크록 패션이 대표적이다. 고급,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과 반작용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만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전설의 록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만남은 그 파급력과 이름의 무게감부터 다르다.

1970년대 초반 섹스 피스톨즈가 입었던 가죽 점퍼, 찢어진 청바지와 티셔츠 등은 1980년대엔 주류문화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펑크록 패션은 권위에 대한 도전 등 ‘젊은이의 반항’ 을 상징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음악과 만난 패션은 ‘B급 문화’를 형성하고 반영한다. 한류 열풍과 함께 음악뿐만 아니라 국내 패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무대의상은 마니아ㆍ마이너적인 기존 ‘B급 패션’의 부상과 확산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빅뱅과 투애니원은 화려한 문양과 색상이 어우러진 파격적인 캐주얼 차림으로 등장했다. 마치 무대 위와 아래의 구분이 없어 보였다. 스터드 장식, 마스크 등 과감하고 ‘과격한’ 액세서리로 매번 이슈를 모았으며, 무엇보다 멤버 모두 달랐다. 같은 듯 다른 게 아니라 ‘전혀’ 다르게 입어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기존 아이돌 그룹과 다른 패션이다. 중요한 건 이들이 ‘B급 패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오버그라운드의 톱스타들이라는 점이다.

그에 맞춰 ‘B급 문화’의 주소비층인 10~20대의 거리 패션도 완전히 뒤집혔다. 전보다 세지고 화끈해졌다. 소위 동네 ‘양아치’ ‘날라리’들의 취향으로 여겨지던 ‘B급 패션’ 이 대학가의 ‘보편적인’ 패션으로 등극한 것. 남성들의 바지통은 빅뱅처럼 좁아지고, 여성들의 눈매는 투애니원처럼 강해졌다. 한때 ‘민망한 패션’이었던 스키니 바지가 남성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걸그룹의 ‘센’ 화장인 스모키 메이크업도 그다지 튀지 않게 됐다.

‘B급 패션’은 아이돌 그룹과 그에 영향받은 거리패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마이너 정서를 표방하며 일부러 ‘촌티’ ‘싼티’ 패션을 선보이는 예술인과 연예인들이 부쩍 늘어난 것도 ‘B급 문화’ 흐름과 닿아 있다.

특히 ‘개가수(개그맨+가수)’가 대표적이다. 가수 데프콘과 개그맨 정형돈이 손잡은 ‘형돈이와 대준이’는 후줄그레한 운동복을 입고 나와 ‘일수 패션’ 을 선보였다. 태생부터 남다른 음악팀이지만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가수의 패션으론 파격의 정점이다.

동경의 대상인 멋지고 예쁘고 ‘연예인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대중의 패션은 취향에만 머물지 않는다. ‘B급 패션’은 산업 영역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90년대 중반부터 유행한 단정한 ‘모범생 스타일’은 이제 잘 ‘안팔린다’. 2000년대 초반부터 패션업계는 70년대 복고풍 스타일을 표방하거나, 낡고 시대에 뒤진 듯한 빈티지룩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