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 성능외 ‘특별함’요구 늘어 디자인센터 메인부서로 급부상

현대기아차 BMW 디자이너 영입 지엠 전세계센터와 연결 정보공유 車 디자인 명가 독일 넘기 구슬땀

내달 19일 본지 디자인 포럼에 피터 슈라이어·크리스 뱅글 참석

잘 달리기만 하면 충분했던 자동차의 역사는 끝났다. 이제 디자인 영역은 21세기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마니아 위주의 자동차 시장에는 성능이 유일무이하다시피한 경쟁력이었지만, 남녀노소 자동차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이제 성능만으론 모든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됐다.

잘 달리는 차뿐 아니라 멋지고 예쁜 자동차를 원하는 고객.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 자체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는 자동차의 새로운 역사를 몰고 왔다. 자동차가 실용성을 넘어 예술의 영역까지 침범하게 된 이유다. 그리고 이 같은 자동차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은 자동차 디자인의 요람, 디자인센터와 그 안에서 상상력을 총동원하는 디자이너의 손끝에서 탄생된다.

자동차 디자인의 산실, 디자인센터는 자동차업계에서도 ‘꿈의 공간’으로 불린다. 각종 기계음과 땀냄새가 가득한 자동차 공장과 달리 디자인센터는 깔끔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복장 역시 다르다. 작업복 대신 반바지도 자유롭게 입고, 귀고리를 하거나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챙기는 직원도 즐비하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2003년 경기도 화성시 남양만 간척지를 매립한 곳에 약 2만1340㎡(6455평) 규모의 디자인센터를 건립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400여명의 디자이너가 국내 최초를 넘어 전 세계를 선도하는 자동차 디자인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승용차 및 상용차 디자인을 비롯해 콘셉트카 차량의 디자인이나 차량의 신규 색상 개발 등을 담당한다. 특히 디자인연구소 내의 색상 개발팀은 현대ㆍ기아차 디자인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근간이 됐다. 엑센트에 연보라색ㆍ형광주황색 등을 적용한 것도 개발팀의 성과다. 무채색 일색이란 자동차 색상의 고정관념을 깬 시도였다. 그 밖에도 현대ㆍ기아차 모델에 적용되는 갖가지 새로운 색상이 이 개발팀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영화처럼 신차의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디지털 영상 품평장이나 원형 유리 천장을 개폐해 자연채광 아래 차량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는 실내 품평장 등도 눈길을 끈다.

한국지엠은 자동차 디자인의 중요성을 감안, 향후 디자인센터 규모를 배 이상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지엠 디자인센터는 부평 본사 내 6280㎡(1990평) 규모로 마련됐다. ‘미음(ㅁ)’자 형태의 건물로, 정중앙에 품평장을 구비해 개방된 천장으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과거 르망ㆍ프린스ㆍ수퍼살롱ㆍ임페리얼ㆍ에스페로ㆍ씨에로 등 대우 시절 대표 모델의 디자인이 모두 이곳을 거쳐 갔고, 2003년 이후부터는 한국지엠의 디자인센터로 재탄생해 스파크ㆍ아베오ㆍ크루즈 등 한국지엠의 자동차 디자인을 담당했다. 한국지엠의 디자인센터가 가장 자랑하는 첨단기술은 VR(Virtual Reality) 시스템이다. 전 세계 10여개의 지엠 디자인센터와 연결해 가상공간 안에서 각 디자이너가 서로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영화 속 장면이 현실로 구현된다.

르노삼성의 디자인센터는 르노 본사의 메인 스튜디오를 제외하곤 르노그룹 내에서 2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르노그룹 내의 글로벌 프로젝트와 관련해 디자인 개발을 담당하고 아시아 지역 내 최신 자동차 디자인을 파악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디자인센터 등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격인 디자이너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자동차 디자이너는 산업디자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등의 수식이 이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명성은 독일차의 몫이었다. 아우디 디자인을 담당했던 피터 슈라이어, BMW를 대표하는 크리스 뱅글, 폴크스바겐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 월터 드 실바 등이 그들이다.

9월 19일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에는 이들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피터 슈라이어, 크리스 뱅글 등 2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그 밖에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자동차 디자이너로는 아우디의 슈테판 질라프나 볼프강 에거, 메르세데스벤츠의 고든 바그너, 재규어의 이안 칼럼, BMW의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 그리고 BMW에서 최근 현대차로 둥지를 옮긴 크리스토퍼 채프먼 등이 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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