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황유진기자ㆍ이슬기 인턴기자] 30도를 훌쩍 넘기는 폭염. 이 폭염이 더 야속한 사람들이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커녕 부채질 한 번 제대로 하기 힘든 ‘거리 직업인’들이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 복판에서 만난 대학생 송모(21) 씨. 그는 이 뜨거운 날씨에 털이 수북한 고양이 복장을 하고 거리를 누비며 ‘광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송 씨가 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땀을 두배로 쏟아야 하지만 힘든 만큼 시급을 조금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체감 온도가 50~60도 정도 되는 것 같지만 짧은 여름 방학기간 동안 조금이라도 돈을 더 모으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파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조모(81) 할아버지도 폭염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흰 색 러닝셔츠 차림으로 리어카를 끌어보지만 얼마 못 가 그늘 아래 멈춰서고 만다.
조 씨는 “어디 시원한데 들어갈려고 해도 다 돈이니까… 길거리 그늘이라도 찾으면 다행”이라며 “덥다고 굶을 수는 없으니 한 끼 밥값이라도 벌려면 나와야지…”라며 한 숨 지었다.
택배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37) 씨는 매년 여름 원치 않는 다이어트를 한다.
이 씨는 “20㎏짜리 쌀이나 대용량 김치를 짊어지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5ㆍ6층을 뛰다시피 오르내리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어 버린다”며 “올 여름에는 벌써 5㎏나 빠졌다”고 말했다.
길거리 노점상인들도 무더위에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볶음밥과 떡볶이를 팔고있는 정모(36) 씨는 “내리 쬐는 햇빛도 햇빛이지만 음식 불 앞에서 하루종일 있다보면 노점 천막안은 그야말로 찜질방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에게 더위를 이기는 노하우를 묻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이렇게 입을 모았다. “먹고 살려면 참아야죠. 다른 방법이 있나요…?”
hyjgogo@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