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막아라…공무원들의 에너지 절약 백태
조명 70% 소등해 컴컴한 복도 에어컨 끄고 연신 부채질만… 얼음 스카프·얼음 조끼도 등장
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에 ‘에너지 아끼자’ 더위와의 전쟁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에너지 절약대책에 따라 공무원들이 힘겨운 더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도 땀이 줄줄 흐르지만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를 돌리거나 형광등 하나 켜기에도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일찍 끝난 장마로 역대 최악의 폭염이라는 올 여름을 견뎌내는 공무원들의 힘겨운 에너지 절약 모습을 들여다봤다.
▶올해 한 번도 에어컨 안 켠 구청장님=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올해 단 한 번도 구청장실 내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구청장실에서 그는 선풍기 한 대로 버티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기후문제가 이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이고 에어컨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덥다고 느끼는 것이지 익숙해지면 괜찮다”며 “아직도 낭비되는 전력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구청장님’이 에너지 절감에 앞장서니 공무원들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쩍쩍 들러붙은 무더위에 손은 에어컨 전원 버튼까지 가도 끝내 누를 수 없는 노릇이다.
노원구 청사는 오전과 오후 각 1회씩만 냉방기를 가동한다. 특히, 전력사용 피크시간대인 오후 2시에서 5시까지는 아예 에어컨을 켤수 없다. 이 시간 외 에어컨이 가동되는 시간도 최저 온도를 28도 이상으로 규정해 놔 시원한 바람보단 제습기능에 만족해야 한다. 노원구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마음 같아서는 에어컨을 가동하고 싶지만 블랙아웃 위기를 극복하는데 공무원이 앞장서야 한다는 구청장 말씀 때문에 견디고 있다”며 “빨리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복도조명 70% 소등하자 “조명 고장났어요” 신고=요즘 송파구청 복도는 밤이라고 착각할 만큼 어둡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민원인 방문이 많은 1ㆍ2층을 제외하고 나머지 층의 복도 형광등의 70%를 꺼버렸기 때문이다. 사무실 내 조명 밝기도 절반 수준으로 약해졌다. 점심시간에 컴퓨터를 켜놓고 나와 끄기 위해 사무실로 되돌아가는 직원들도 종종 목격된다. 그나마 2~3층에 근무하면 다행이다. 4층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계단으로 오가야 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4층 이하 층의 경우 엘리베이터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복도 조명을 끄자 총무과로 복도 조명이 고장났다고 신고하는 해프닝도 있었다”면서 “올해 상반기 목표 에너지 절감율이 5%다. 5월까지 3%였던 만큼 분발해야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기 못 쓰게 하니 얼음 스카프 두르고 에어컨 가동 장소 찾아 삼만리=성동구청에는 얼음 스카프를 두르고 연방 부채질을 하는 공무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도한 전력소모를 막기 위해 개인 냉방기 설치 및 작동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2시간 단위로 에너지 사용량 및 층별 실내온도가 모니터링돼 각 부서별로 통보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겐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도 더운 건 참을 수 없는 법. 전기 사용이 제한되자 공무원들은 대신 얼음 스카프를 둘렀다. 청사 내 엘리베이터에는 에어컨 대신 부채가 비치됐다.
시원한 곳을 찾아 피신을 가기도 한다. 요즘 구로구청 공무원들은 1층 민원여권과에서 동료들과 자주 부딪힌다. 근무장소가 2층 이상인 이들이 민원여권과에서 자주 마주치는 이유는 에어컨 사용 제한에 따라 지친 공무원들이 시원한 바람을 찾아 민원여권과로 피신을 온 것. 민원여권과는 청사내 유일하게 에어컨이 시원하게 가동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찍 점심식사를 마친 공무원 중에는 인근 은행에 들러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기력을 회복하고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성 구로구청장도 에어컨, 선풍기 대신 얼음조끼를 입고 근무하며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고 있다.
<황혜진 기자> /hhj6386@heraldm.com
